[사법리스크 해소, 달라진 JY]선대가 일군 반도체의 부진, 네트워크 풀가동 '회생 사활'③'팔방미인' 삼성전자 근간사업, 계속되는 위기 속 반등 시급
김도현 기자공개 2025-09-30 08:08:42
[편집자주]
2025년 7월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차고 있던 법적 족쇄를 푼 날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다소 소극적이던 그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잇딴 출장과 현장경영은 물론 안팎으로 강한 메시지를 내는 분위기다. 시의적절하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빅테크 수주, 모바일 사업 호조 등 겹경사를 맞이했고 주요 계열사들도 낭보를 전하고 있다. 사법리스크 해소 전후로 달라진 삼성그룹과 이 회장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4일 16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다양한 첨단산업에 발을 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든 대상이고 가장 무모했지만 가장 압도적인 성과를 낸 사업이다.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재용 회장이 전권을 잡은 뒤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은 쇠퇴했다. 주력인 메모리부터 신성장동력 파운드리까지 역대급 부진을 겪은 것이다. 조부와 선친이 쌓은 탑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절실함을 드러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시발점은 일명 'JY 네트워크'다.
◇이병철·이건희 유산, 메모리 부활 총력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시초는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이다. 1974년 파산 직전에 놓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뒤 관련 시장에 도전했지만 마땅한 결과물이 없던 삼성전자였다.
당시 이 창업회장은 안팎의 거센 반대와 조롱에 가까운 비판에도 반도체 사업을 강행했다. 이같은 뚝심으로 단기간에 메모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면서 일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듬해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전자 메모리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D램에 이어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개화하는 시점에 이 선대회장은 노어플래시 대신 낸드플래시를 선택하면서 재차 성공을 거뒀다. 이후 두 차례의 치킨게임까지 승리하면서 메모리 초격차 시대를 열었다.
문제는 2010년대까지 왕좌를 지켜온 메모리 사업이 2020년대 들어 흔들린 점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부풀려진 실적은 인공지능(AI) 대응을 둔감하게 했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졌고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장으로 삼성전자는 30여년 만에 메모리 1위에서 내려왔다.
이는 사법리스크로 시야가 좁아진 이 회장이 직면한 현실이다. 법적 족쇄를 푼 이 회장은 이제 반도체 재도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이은 미국 출장에서 빅테크 수장을 만난 배경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잇따라 회동하면서 반도체 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HBM 등 메모리 큰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도 이 회장은 다양한 인맥을 동원하면서 동맹전선을 넓힌 방침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미국에서 반도체 관세, 비자 이슈 등 급한 현안들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미국 테일러팹, 한국 평택캠퍼스 등에서 현장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이 회장은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한 반도체 경영진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경쟁사(SK하이닉스)를 모방해서라도 완성도를 높여라' 등 서슴없는 발언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DS부문장인 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한 것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메모리가 살아나야 시스템반도체도 올라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 부회장은 D램 재설계 등 초강수를 두면서 체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파운드리 육성 의지, 테슬라·애플 수주 단비
메모리가 선대의 유산이라면 파운드리는 이 회장이 헤쳐나가고 있는 새로운 길이다. 이 회장은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등을 주도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에 도전한 상태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지만 이면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메모리 산업과 다른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TSMC와 간극이 더 벌어졌다. 어느덧 파운드리사업부는 조단위 적자가 당연시됐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파운드리사업부의 성공을 원했다. 파운드리 장기 부진으로 분사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됐지만 그는 "사업을 키우고 싶고 분사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안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던 파운드리사업부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사라지면서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테슬라와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을 연달아 유치하면서다. 최근에는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도 반등하면서 다음 무대인 2나노 공정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바이오, 배터리 등도 중요한 영역이지만 결국 삼성은 반도체로 승부를 봐야 한다"며 "이 회장에 대한 후대의 평가도 반도체 성공 여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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