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5]"삼성같은 금융회사, 우리가 선봉장 역할"②왕성환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
뉴욕(미국)=조은아 기자공개 2025-10-01 14: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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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해외 진출 전략도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순 진출을 넘어 현지화는 물론 IB, 자산운용, 디지털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여전사 등 비은행권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과 성장동력을 찾는 흐름이 뚜렷하다. '기회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국내 금융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왕성환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은 지난해부터 뉴욕지점을 이끌고 있다. 과거에도 뉴욕지점에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이전과 비교해 한국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은행 역시 현지에서 훌륭한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고도 강조했다.왕 지점장은 국민은행이 언젠가는 삼성전자 같은 금융회사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밝혔다. 현재 뉴욕지점이 그 선봉에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로선 트럼프 정부 개막 이후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적기에 필요한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규모 큰 만큼 소통 중요, 사업 다각화 진행 중"
왕 지점장은 2012년부터 뉴욕지점에서 3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여신팀장 등을 지내며 현장을 누볐다. 10년 만에 다시 돌아온 소회가 궁금했다. 가장 크게 체감하는 차이점을 묻자 "비교할 수 없도록 문화적인 역량이 성장했다"며 "매력적인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도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자산과 인원이 몇 배로 증가했다"며 "이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은행들 사이에서도 파트너로서 평가와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뉴욕지점엔 현재 58명이 근무 중이다. 주요 은행의 뉴욕지점 가운데 가장 많다. 대규모 인원을 이끄는 지점장으로서 고충이 없지는 않다. 책임감 역시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왕 지점장은 "10년 만에 돌아와보니 젊은 직원이 많아졌고 직원 수가 많아 소통하기도 어려웠다"며 "소통을 어떻게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현지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조직문화 개선에 힘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특히 조직의 규모가 큰 걸 넘어 다양한 배경의 직원들이 많아 지점 내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했다. 그는 "지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소사를 즉시 보고하게 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본점의 지시사항들도 바로 전달했다"며 "또 각 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보의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올해 추진하는 목표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수익 다각화'를 꼽았다. 그는 "일반기업 대출의 경우 한국계 기업 및 이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만큼 금리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축소되는 이자이익을 커버할 수 있는 비이자이익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계 기업이 미국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식이다.
국민은행은 한국에선 명실상부 리딩뱅크다. 다만 이런 명성과 비교하면 글로벌 사업에선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듣는 게 사실이다. 왕 지점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수준의 IB 경쟁력을 해외에서도 갖추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IB 부문의 경우 한국에서는 이미 최고 수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사업은 현재 글로벌 주선기관으로 도약하는 전환기에 있다"며 "경쟁력이 있는 섹터에서는 대출 규모 확대 및 주선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트랙레코드가 부족하지만 성장성이 높은 섹터에 대해서는 우량 딜 중심의 선별적 참여를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시장 내 입지를 점진적으로 넓혀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구축해 리스크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 역시 그의 목표다. 왕 지점장은 "다양한 조달 수단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조달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 있는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의 비전, 실무진의 열정이 경쟁력"
미국 뉴욕에 한국 시중은행 모두가 지점을 열고 영업 중이다. 뉴욕지점만의 경쟁력을 묻자 '경영진의 해외 사업에 대한 비전과 지원, 실무자들의 열정과 노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민은행은 원래 해외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약 10년 전부터 해외에서의 비전을 세우고 진출 방안을 모색했다"며 "그 결과 오가닉 성장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잘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해 뉴욕지점에 IB 유닛과 자본시장 유닛을 설립하고, 심사센터를 구축해 유기적인 협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프라 안에서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왕 지점장은 최근 10년 국민은행 투자금융부에서 근무했다. 이 시기 뉴욕지점을 포함해 글로벌 IB 딜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왔다. 다만 뉴욕지점장으로 오면서 왕 지점장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관리자' 역할에 한층 방점이 찍혔다. 그는 "직원들이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좋은 인프라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역할이 됐다"며 "이를 위해 지점 전체의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등을 통해 컨트롤된 성장을 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왕 지점장은 "자국생산 중심의 정책에 따라 한국계 대기업의 움직임을 올해 초부터 실감 중"이라며 "기존 고객의 자금 니즈도 증가 추세에 있으며 국내 대기업의 신규 진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진 변동성에 대비해 국민은행 뉴욕지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 글로벌 투자심리 및 자금 흐름을 감지하고 적기에 필요한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국민은행을 글로벌 은행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일본계 주요 은행들은 순이익의 30~40%를 일본 밖에서 벌어들이는데 그들의 성공 사례와 한국의 국력 향상을 보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왕 지점장은 "한국에서는 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없냐고 많이들 하는데 국민은행에서도 글로벌 비전을 세울 때 이게 가능한 일인지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은 우리가 지금 그 선봉에 서 있다며 우리 직원들을 격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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