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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실패할 수 있는 용기

이영아 기자공개 2025-09-30 07:59:2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폐업은 신뢰를 해체하는 과정이다. 임직원과 투자자, 파트너와 쌓아온 신뢰를 어떻게 안전하게 정리하느냐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전성을 가른다."

최근 취재 중에 만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폐업은 창업 생태계의 필연적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창업을 장려하는 정책만 넘쳐날 뿐 실패 이후를 감당할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고위험이다. 급진적인 혁신 기술을 개발해 작은 시장을 파고든다. 이에 소수 스타트업만이 성공 열매를 맺고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스타트업 폐업 건수는 2022년 101건, 2023년 125건, 2024년 191건 등으로 매년 증가 중이다.

문제는 창업 지원은 넘쳐나지만 폐업의 길은 척박하다는 것이다. 자금 경색과 혹한기의 한파 속에서 수많은 창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있지만 정작 폐업의 절차와 이해관계자 조정 방식은 체계화되지 못했다.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창업자 개인의 신용불량으로 돌아간다.

스타트업은 투자자, 채권자, 임직원, 고객의 이해가 얽힌 고위험 구조다. 그러나 개별 투자자의 비토권으로 인해 다운라운드나 청산형 인수합병(M&A) 관련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법원의 회생제도는 사실상 현금창출 능력을 전제로 해 스타트업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예비창업패키지와 팁스(TIPS) 등 각종 보조금과 정책자금을 투입하며 창업을 장려한 결과물이 개인의 실패로만 돌아가는 구조는 사회적 비효율을 낳는다. 배임과 횡령 같은 도덕적 일탈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되 시장 환경 악화로 인한 실패는 제도적으로 용인해야 한다.

정부는 창업 지원의 초점을 '출발선'에서 '종착지'까지 확장해야 한다. 투자계약과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제도화돼야 한다. 회생(파산) 절차 이전에 창업자, 투자자, 정책기관이 참여하는 사전조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제도가 필요하다. 또 소규모 창업자를 위한 간이 회생 절차를 신설하고 절차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패 없는 창업은 없다. 문제는 그 실패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도전은 장려하면서도 실패는 방치하는 제도는 결국 혁신의 씨앗을 스스로 잘라내는 꼴이다. 실패를 존중하고 재도전을 허용하는 회복탄력성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스타트업 생태계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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