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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2조원 이사회 재편 트리거]승계도, 감사위도…'2조 클럽' 앞둔 유진기업의 고민④올 하반기 달성 가능성…자사주 처리 방안에도 시장 이목 집중

이돈섭 기자공개 2025-10-01 08:20:04

[편집자주]

연말을 앞두고 상장사 이사회 재편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불어나면 현행법에 따라 이사회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산업계 안팎의 사외이사 수요는 유례없이 커지기도 했다. theBoard는 이사회 확대 재편을 앞두고 있는 기업 면면을 분석, 이사회 체계화를 통해 해당 기업들이 가져올 효과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4시5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하반기 자산 2조원 달성을 앞둔 상장사 셈법이 복잡해졌다. 예년 수준의 성과를 이어간다면 연말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사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고 그 작업에 투입되는 재원 역시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십 승계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곳의 경우 이사회 개편이 생각지 못한 잡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사회 개편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별도 기준 자산 규모 2조원까지 300억원 미만의 차이를 둔 상장사는 코스닥 상장사 유진기업과 코스피 상장사 DN오토모티브 등이 꼽힌다. 두 기업은 지금까지 연말 자산 규모가 2조원을 초과한 적이 없었다. 한솔제지와 대한유화 역시 같은 시기 자산이 2조원 턱밑에 와 있었지만 과거 자산 2조원 문턱을 넘어선 적이 있어 해당 자산 규모에 걸맞는 이사회 확대 재편 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다.

유진기업의 6월 말 별도기준 총자산은 1조9751억원, 최근 10년 간 거의 매년 1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둬온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2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정관 상 유진기업 이사회는 3인 이상 8인 이내로 꾸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 4명의 이사로 이사회를 꾸리고 있다. 이사진 25%를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현행법과 정관을 최소 범위에서 준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에 유경선 회장 장남 유석훈 사장과 최재호 대표, 김진구 부사장(CFO) 등 핵심 경영진이 참여하는 점을 감안, 향후 사내이사 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가정하면 유진기업은 내년 여성 포함 2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최소 선임 비율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됐기 때문에 사외이사 추가 선임은 불가피하다.

감사위원회 구성도 중요한 과제다. 자산이 2조원대로 불어나면 감사위를 꾸려야 하는데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은 최대 3%로 제한된다. 유진기업 최대주주는 지분 11.5%을 가진 유경선 회장,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실질 지분은 39.0% 수준으로 불어나게 되지만 감사위원 선임 시 장악력이 대폭 쪼그라든다. 집중투표제 도입 역시 피할 수 없게 된다.

써치펌 관계자는 "유진기업의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사 추천으로 후보가 추려질 텐데 이 경우 구체적인 이사 선임 스케줄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고 선임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하반기 결산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라 구체적 계획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향후 경우에 따라 이사회 재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진기업 PBR이 0.2배에 불과하고 유경선 회장이 여전히 상당 규모 주식을 보유해 오너십 승계 과제가 남았다. 거버넌스 재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상장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유진기업이 갖고 있는 11.3% 규모의 자사주를 과거와 같이 오너십 승계 과정 핵심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다른 법인과 재단 등에 넘김으로써 승계 과정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는 관행은 지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게 맞는 얘기"라면서 "오너십 증여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를 확대 개편하는 일은 최근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책임이 커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오너와 이사회 두 입장에선 모두 부담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N오토모티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DN오토모티브 자산은 지난 6월 1조9777억원으로 불어난 상황,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이뤄진 이사회 규모를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사외이사 추가 선임은 불가피하다. 눈에 띄는 점은 내년 주총 현 사외이사 모두의 6년의 임기가 한꺼번에 종료된다는 것이다. 연말 자산 2조원을 넘는 경우 여성 포함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한 번에 선임해야 한다.

현재 이사회 산하에 사추위 등 소위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외이사 후보는 DN오토모티브 이사회 자체적으로 선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DN오토모티브 이사회에는 김성헌 회장과 김인환 사장, 박길준 본부장이 참여하고 있으며 김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DN오토모티브는 오랜기간 이사회 내 1명의 사외이사를 기용해 오다가 지난해 3월 사외이사 1명 추가 선임한 바 있다.

제주항공과 현대코퍼레이션, LF 등의 경우 올 상반기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불어났지만 이미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절반 수준이거나 절반에 가깝고 감사위도 설치·운영하고 있어 변화는 제한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관계자는 "만성적 저평가를 해소할 수 있는 인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국내 사외이사 풀은 여전히 부족해 사외이사 확보 경쟁이 뜨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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