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DL케미칼 2500억 신종자본증권 '전량 투자'자본 확충 필요성 감지, 적극적 딜 제안
권순철 기자공개 2025-10-01 08:06:38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9일 12시2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이 DL케미칼의 사상 첫 신종자본증권을 전량 인수했다. DL케미칼로부터 조달 문의를 받은 대형사들이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고심하는 와중에 한국증권이 자체 북(book)으로 전액 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성사된 딜이다.업황 디스카운트를 겪는 가운데 여천NCC 자금 지원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시장성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국증권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올해 유수의 대기업들에 투자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넉넉한 한도를 갖춘 덕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모습이다.
◇한국증권, 2500억 신종자본증권 투자…DL케미칼 조달 '총대'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DL케미칼에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다. 지난 26일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한 가운데 이날이 납입 일자로 계획되어 있다. 30년 만기지만 3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표면 금리는 5.116%로 발행 3년 후 매 1년마다 금리가 뛰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삽입됐다.
DL케미칼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전액은 한국투자증권이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단독으로 투자하기엔 사이즈가 작지 않았지만 협상 테이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딜 구조를 제안한 하우스로 전해졌다. DL케미칼은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에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DL케미칼로서는 한국증권의 공격적인 베팅이 반가운 상황이다. 사상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인 가운데 2021년 물적분할 이후 시장성 조달 자체가 없어 자본시장 네트워크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석유화학 계열사인 크레이튼(Kraton)을 통해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144A/RegS)를 찍었지만 직접 시장을 찾은 적은 전무하다.
업황 디스카운트가 집중되고 있는 석유화학 계열이라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 8월 여천NCC 자금 지원을 높고 한화그룹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증권사들도 불확실성에 베팅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뚜렷했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공모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평판 이슈도 떠오른 상황이라 증권사에서 사모채나 기업어음을 투자하기엔 통과해야 할 내부적인 허들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 5% 캐리수익·DL그룹 조달 파트너 '기대'
다만 한국증권은 이번 투자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본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연결 기준 13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DL이앤씨와 더불어 그룹의 핵심 사업부라 DL의 지원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여겨진다.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갖춘 회사채를 A+급 3년물 등급 민평(3% 초반) 대비 200bp가 가산된 고금리 이자로 확보, 연간 최소 128억원의 캐리수익을 확정한 것이다.
다른 대형사와 비교해도 투자 여력이 넉넉한 터라 북을 적극 투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증권은 DL케미칼 외에도 올해 복수의 대기업 딜에서 가장 과감한 투자자로 자리 매김했다. 지난 7월 초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담보로 5500억원 조달을 추진하던 ㈜두산에 2500억원을 베팅한 데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신종자본증권(7000억원)에도 2000억원을 지원하며 경쟁 하우스들의 이목을 끌은 바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DL케미칼에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는데 한국증권은 북 한도가 아직 여유롭기도 해 전량 인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행어음 운용 규모가 상당하고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지는 편이라 한국증권이 선수를 가로채는 경우가 허다해 영업 파트에서도 부러움을 사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DL그룹의 조달 파트너로서 한국증권의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2022년부터 DL, DL이앤씨 등의 공모채 발행 주관사로 참여했지만 그룹 전 계열사를 밀착 커버하고 있는 KB증권, NH투자증권 대비 커버리지 네트워크가 부각되진 않았다. DL그룹은 IB2본부 커버리지1부 부서장인 심동헌 이사와 휘하 실무진들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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