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공룡 한국 진출 러시]'음지에서 양지로' 테더, 은행·핀테크 협업 추진④미국서 규제 준수 움직임, 국내서도 금융지주 연달아 만나
노윤주 기자공개 2025-10-01 07:56:23
[편집자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구 5100만명 국가이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째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장벽들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08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한 테더가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처음으로 국내서 현지 영업 인력을 채용한 데 이어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임원을 만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를 나눴다.테더는 국내 금융기관, 핀테크·결제 기업 등과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USDT를 결제·송금 수단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에 더해 기업 전략 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서클이 기술 파트너 전략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라이벌인 테더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거래량 압도적, 그럼에도 B2B 확장 나서
테더(USDT)는 리테일 투자 측면에서는 국내서 이미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의 24시간 테더 거래량만 합쳐도 약 4120억원에 달한다. 29일 기준 빗썸이 2280억원, 업비트가 1840억원을 기록 중이다.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지금까지 거래에 초점을 맞췄던 테더는 국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시작되자 기업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은 아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관련 기업과 협업 관계를 맺는 게 목표다.
단순히 거래소 거래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실물경제에서 테더가 실제로 사용되는 경로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테더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집행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는 한국인 직원 현지 채용도 진행했었다. 공식 직함은 '지역 확장 매니저'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온 인물 한 명이 상반기 테더에 합류했었지만 최근 개인 사정으로 퇴사했다. 이에 테더에서는 후임 채용을 고민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한국시장만 보는 게 아니"라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진출한다는 관점에서 한국을 주요 거점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금융 허브·신흥 시장 투트랙 공략…서클과 경쟁 계속
테더의 이런 전략은 글로벌 차원에서 이미 진행 중인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마르코 달 라고 테더 부사장(사진)은 이달 초 참석한 UDC 행사에서 "USDT는 거래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실생활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이라 강조했었다.
그는 2014년 테더가 USDT 사업을 시작할 땐 거래소 간 유동성 제공 도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송금, 결제, 저축 등 실생활 금융 서비스로 확장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USDT의 시가총액은 1744억달러(약 244조원)에 달한다. 사용자는 1억73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세계 기준 하루 평균 USDT를 활용한 거래 금액은 900억달러(약 126조원)다.
테더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사용 패턴이다. 전체 거래 80%가 1달러에서 1000달러 사이의 소액 거래다. 실생활에서 결제, 송금 목적으로 USDT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달 라고 부사장은 "최근 몇 년간 USDT 결제 용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라며 "일부 소규모 거래소는 수익의 60-70%가 거래가 아닌 결제에서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테더는 아시아 주요 금융 허브 뿐 아니라 신흥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달러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테더가 달러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나,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등 신흥시장에도 현지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서클과의 경쟁도 중요한 포인트다. 서클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금융기관들과 미팅하고 기술 파트너 전략을 제시한 만큼 테더도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미국서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 정부가 투명성을 지적하며 테더를 배척하고 서클을 우선시하자 테더는 USDT가 아닌 또 하나의 스테이블코인을 마련했다. USAT로 미국 지니어스 액트에 맞춰 설계한 코인이다. 준비금을 100% 미국 단기 국채와 현금 자산 등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브로커리지 기업 캔터 피츠제럴드와 디지털자산 전문은행 앵커리지 디지털뱅크와 협업한다. 백악관 디지털자산자문위원회 출신 보 하인스를 USAT CEO로 영입하기까지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테더가 송금, 결제, 기업 재무 등 B2B 영역으로 확장하려면 현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두고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제 대관 필요성도 느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 시장서도 금융사와 협업하면서 양지로 나오겠다는 의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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