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새로운 성장 스토리 쓰는 사령탑 김기덕 본부장카이스트 박사 졸업 후 운용업계로…"신뢰 받는 브랜드 되는 게 꿈"
고은서 기자공개 2025-10-13 15:21:59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9월 30일 11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24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명실상부 자산관리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자산운용도 그중 하나다. 특히 올해 신한 ETF가 보여준 변화의 중심에는 퀀트&ETF운용본부를 이끄는 김기덕 본부장이 있다. 그는 상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조직을 키우며 후발주자의 한계를 하나씩 깨나가고 있다.김 본부장의 금융 커리어는 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카이스트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하며 박사 학위를 마친 뒤, 한국자산평가 금융권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했다. 파생상품, 지수, 평가모델을 다루는 이곳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기초를 다졌지만 실제 자금을 굴리며 성과를 내는 운용 업무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졌다.

당시 ETF 시장은 막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운용사들도 파생상품과 지수 전략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때 그는 삼성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겼다. 입사 초기에는 인덱스 운용을 담당했다. 지수나 전략을 만들 사람이 ETF 유관된 부서에 있어야 된다는 회사 측의 요구에 몇 달 만에 ETF 관련 업무까지 병행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ETF 분야와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당시에는 ETF 운용과 인덱스 운용이 같은 부서에서 이루어졌고 기관투자자를 겨냥한 전략형 상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였다. 김 본부장은 ETF를 단순 지수 추종 수단이 아닌 다양한 수요를 담아낼 수 있는 투자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경험을 쌓았다. 삼성자산운용에서의 6년은 ETF의 본질과 시장 흐름을 몸소 익히는 시간이었다.
2021년, 그는 신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신한자산운용의 ETF 사업은 막 'SOL'로 리브랜딩하며 태동하던 시기였다. 김 본부장은 퀀트운용팀장으로 출발했지만, 회사가 ETF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초기 성장을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 됐다.
올해부터 김 본부장은 ETF와 퀀트를 운용하는 ETF&퀀트운용본부장에 부임하게 됐다. 본부장이 되면서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과제는 상품군의 다변화였다. 이전까지는 특정 테마에 집중된 상품이 많았지만 커버드콜, 레버리지, 고배당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투자자 선택지를 확장했다. 특히 재무지표를 많이 볼 수 있는 ETF로 확장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투자 성향이 다른 고객층을 아우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상품 확장과 조직 관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조직이 커지면서 김 본부장의 역할도 달라졌다. 현재 퀀트운용팀 8명, ETF운용팀 7명 등 총 16명이 그의 지휘 아래 움직이고 있다. 초기에는 직접 상품 설계와 운용을 병행했지만 이제는 팀원의 강점을 살려 업무를 분담하고 조직의 시너지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업무를 세분화해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끌어안기보다는,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책임을 부여하고 그 과정에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ETF와 퀀트라는 두 영역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이러한 운영 철학은 조직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신한자산운용은 ETF 시장에서 아직 후발주자다. 상위 4개 대형 운용사와 비교했을 때 규모 측면에선 특히 1·2위와 격차가 크다. 김 본부장은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단순히 대형사를 따라가는 전략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신한자산운용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살린 상품 개발과 운영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상품 설계 단계에서 철저한 검증과 고민을 거친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빠르게 출시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TF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속도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9월까지 기존 라인업으로 일정 성과를 거둔 신한자산운용 ETF는 연말까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남은 기간 동안 기존에 없던 새로운 ETF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입증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준비 중인 일부 상품은 경쟁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구조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관련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실험적인 시도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품군 자체를 신한 ETF의 성장축으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발성 성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ETF 시장이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성장과 함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ETF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증권사가 차지하고,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일부에 그친다. 비용 구조를 고려했을 때 운용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은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신한 ETF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신뢰'로 정했다. 단기 성과에 집중하기보다는 투자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SOL'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때 상품 하나하나에 담긴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며 "비슷한 상품보다 단기 수익은 다소 낮더라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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