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08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길지않은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에도 수많은 신약이 거쳐갔다. 드물게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신약도 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물질도 수두룩하다. 후자는 보통 시장에서 '실패' 딱지가 붙는다.하지만 모든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헬릭스미스 '엔젠시스'는 2019년 글로벌 3상에서 실패해 충격을 안겼던 물질이다. 주가가 추락하고 회사가 휘청였다. 시장에선 엔젠시스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봤다.
6년이 지난 현재 엔젠시스가 중국에서 부활할 조짐이다. 초창기 엔젠시스 물질을 사간 노스랜드가 중국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와는 적응증을 달리해 효과를 입증했다. 노스랜드는 작년 중국 보건당국에 허가신청을 내 연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를 받는다면 엔젠시스의 화려한 재기가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오라스커버리'도 비운의 기술이다. 오라스커버리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약물전달 플랫폼이었다. 이를 항암주사제에 적용해 경구용 '오락솔'로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파트너사인 아테넥스가 미국 3상을 마치고 허가신청을 냈지만 보완요구 앞에 좌절했다. 이후 아테넥스가 파산하면서 오락솔과 오라스커버리는 뒷길로 사라졌다.
그런 오라스커버리가 항바이러스제에서 재탄생할 기미를 보인다. 글로벌 빅파마 길리어드가 오라스커버리의 가능성을 보고 항암제가 아닌 항바이러스제에 적용키로 했다. 한미약품은 원개발사로서 기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주는 교훈이 있다. 같은 물질이라도 적응증과 임상 설계, 개발 환경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와는 또 다른 '개발'의 영역이다. 여기엔 각국의 제도, 경쟁약물, 대상 환자군, 현지 네트워크, 담당자와 자문단, 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한다. 이 요소에 따라 상업화의 성패가 갈린다.
그동안 한국은 주로 유망 물질·기술을 발굴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물질이 좋으면 임상에 성공하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수년간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실제 상용화를 위해 어떻게 개발 전략을 짜나갈 것인지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그런 면에서 엔젠시스와 오라스커버리의 사례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새 아이디어와 접근방식으로 되살아난 불씨를 보며 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하는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는 힘이 곧 경쟁력이 된다. 실패는 쓰라려도 끝은 아니다. 꺼진 신약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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