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공룡 한국 진출 러시]서클에 질 수 없는 리플, 국내 금융사 협업 타진 '적극'⑤커스터디부터 시작, 일본 SBI 모델 복제 시도
노윤주 기자공개 2025-10-02 13:10:56
[편집자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구 5100만명 국가이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이런 매력적인 시장을 놓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특정금융거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이들이 사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거래소 인수를 통한 우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년째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시장의 매력과 글로벌 크립토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장벽들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07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플이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법인 투자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가 많은 가상자산 엑스알피(XRP)와 신규 스테이블코인 RLUSD을 앞세워 B2B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일본에서 SBI그룹과 구축한 탄탄한 파트너십 모델을 한국에서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은행과 송금 솔루션 분야에서 협업하고 XRP를 단순 거래 자산에서 담보 자산으로 변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리플의 적극적 행보는 서클,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한국 시장에 뛰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서클이 기술 파트너 전략으로 국내 금융기관들과 접촉하면서 리플도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브랜딩부터 공들여, 국내 사업자와 잇달아 '파트너십'
리플은 코인명은 XRP, 기업명은 리플이라는 브랜딩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초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거래소들에게 종목명을 리플이 아닌 XRP로 변경을 요청한 것부터 시작이었다. 리플은 코인 발행사가 아닌 솔루션과 가상자산 금융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직후 리플은 국내 가상자산 기업과 파트너십을 확장했다. 2023년에는 생태계 확보를 위해 리서치기업 카탈라이즈와 손을 잡았고 올해는 수탁사 비댁스와 협약을 맺었다. 국내서 영업하기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이를 취득한 국내 기업에 자사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국내 법인 투자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열렸다. 3500여개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매매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단계적 허용을 시사한 만큼 법인 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인의 거래 규모는 개인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커스터디 기업이 필요하다. 미국서도 현지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를 운영 중이다. 두나무도 8월 법인 전용 서비스 '업비트 커스터디'를 출시한 바 있다.
이에 리플도 커스터디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XRP 투자자가 많이 포진해 있는 만큼 법인의 수요도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실제로 국내서는 꾸준한 XRP 거래량이 발생한다. 1일 코인마켓캡 기준 리플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바이낸스다. 그리고 자전거래 등 의심 거래량을 제거하면 그 뒤를 잇는 곳이 바로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다.
리플의 핵심 전략은 커스터디 기업에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 금융 시장에는 이미 진출했다. 소시에테제네날, DBS 등 은행과 아칵스 등 해외 커스터디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국내서도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과제다.
◇스테이블코인·국제 송금 주력…국내 금융사와 손 잡나
리플이 한국 시장에서 일본 SBI그룹과 협업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 금융사를 핵심 협업사로 만든 후 해당 시장에 연착륙하는 방식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열풍이 불면서 XRP보다는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해 12월 리플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했다. 제도권 진입을 의식해 만든 스테이블코인으로 현금, 미 단기 국채 등을 담보자산으로 갖고 있다.
RLUSD를 시장에 내놓은 이후 리플은 SBI홀딩스, SBI VC 트레이드 등과 MOU를 체결했다. 2026년까지 일본에서 RLUSD를 배포하고 활성화시키는 게 협약의 주 골자다. SBI VC 트레이드는 일본에서 공식 라이선스를 부여받은 전자결제수단 교환 서비스 제공 기업이다.
SBI는 리플의 주요 투자자이면서 XRP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SBI 그룹은 리플 전체 발행량의 15%가 넘는 물량을 갖고 있다.

리플은 이런 일본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려 하고 있다. 최근 주요 경영진이 한국을 찾아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두 종류의 스테이블코인을 국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게 지원한다는 뜻인데 이는 금융사와의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XRP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알트코인 중 하나"라며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커스터디부터 시작해 송금, 결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일본에서 SBI와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한 만큼 한국에서도 주요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국제 송금 솔루션 구축 등 부분에서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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