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히트상품에서 구조혁신까지…전략가 남용수 본부장AUM 6배 증가, AI로 업무 자동화 넘어 업계 최초 사후관리도
박상현 기자공개 2025-10-14 07:52:15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10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몇 년간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운용사다. 국내 ETF 시장을 개화한 배재규 대표가 취임하면서 한투운용은 어느덧 ETF 점유율 3위권으로 올라왔다.배 대표와 함께 ACE ETF의 성장을 이끈 사람은 남용수 한투운용 ETF운용본부장(사진)이다. 후발주자로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상품을 여럿 선보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ETF 운용규모(AUM)는 6배 가까이 증가했고 어느덧 시장을 선도하는 지위로 올라왔다.

◇경마장서 싹튼 금융수학 관심…사모운용사 창업도 도전
남 본부장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공학도인 그는 경마장에서 사람들을 보면서 금융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경마장 사람들은 적중 가능성이 낮지만 큰 돈을 벌 수 있는 말에 베팅했다. 하지만 이는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적은 돈을 벌더라도 적중 가능성은 높은 말에 베팅하는 게 기대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수학에 관심이 생긴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남 본부장은 2007년 블랙십 캐피탈 매니지먼트(Blacksheep Capital Management)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파생·선물 시장에서 차익거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듬해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남 본부장은 국내 운용업계로 복귀했다.
남 본부장은 2009년부터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팀, 퀀트리서치팀에서 근무했다. 당시 헤드헌팅을 하러 온 한화그룹을 접하고 한화운용으로 이직했다는 후문이다. 본격적인 매니저로서의 커리어는 한화운용에서 쌓았다. 미시적으로 시장의 틈을 노리는 트레이딩을 넘어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해 투자하는 방법을 익혔다. 남 본부장은 당시 경험이 ETF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이후 남 본부장은 잠시 헤지펀드업계에 몸 담기도 했다. 2015년 DGB자산운용에서 펀드 매니저로 근무한 뒤 이후 지인들과 함께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다만 생각보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남 본부장은 이후 한화운용으로 복귀했다. 그는 “퀀트 베이스로 진행하는 헤지펀드 운용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고액자산가를 위한 헤지펀드가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운용업계가 잘 맞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운용 2기 시절에는 ETF 비즈니스에 정식 입문했다. 그는 2012년 ETF·퀀트본부에서 PLUS 고배당주를 개발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위즈덤트리와 아이셰어즈 사례를 보더라도 사회가 고령화에 진입하면 배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며 “고배당주와 함께 경기주도주, 경기방어주 ETF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재입사한 후에는 기존 ETF와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도 맡았다.
◇합류후 AUM 6배 증가…공학도다운 AI 활용
한화운용에서 ETF운용팀장을 맡았던 남 본부장은 2023년 한투운용에 합류했다. 마침 한투운용이 ETF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던 시기였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ETF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재규 대표였다. 배 대표는 ETF 사업 확대를 강조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으로 2022년 대표로 취임했다.
그렇게 남 본부장은 초대 ETF운용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그는 “ETF운용부가 본부로 승격하면서 본부장을 뽑았다”며 “마케팅부도 생기고 KINDEX에서 ACE로 리브랜딩도 하는 등 회사가 ETF에 진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은 한투운용에 합류하고 히트작을 내는데 주력했다고 생각했다. 후발주자로서 선두를 따라잡기 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ACE를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바람대로 남 본부장은 바람대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히트작을 낼 수 있었다. ACE 미국30년채국채액티브(약 2조3200억원)와 ACE 미국빅테크TOP7Plus(약 8300억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당시 미국장기채 ETF는 업계 최초 상품으로 시장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남 본부장은 이후 조직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꾸준히 좋은 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닌 시스템적인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그는 “집단지성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시장은 어ᄄᅠᇂ게 구조적으로 파악해야 하는지 등 조직적인 역량 강화에 힘 쏟고 있다”고 말했다.
남 본부장이 내세운 방법은 디지털을 통합 업무 자동화다. 그는 이를 위해 운용과 마케팅, 상품 개발의 성과를 투명하게 나타내는 업무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그는 “모든 판단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근거를 디지털화해서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시보드에 상품명을 치면 개인 순매수 추이와 관련 SNS 데이터들은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디지털화에 AI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주 차원에서 진행하는 파이썬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2번 받기도 했다. 남 본부장은 “AI를 업무에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를 평가하는 대회였다”며 “기존 업무 자동화 툴을 업그레이드해서 2번이나 대상을 받았다”고 했다.
남 본부장은 AI를 사내뿐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소통에도 활용했다. 올해 2월 업계 최초로 내놓은 AI ETF고객센터다. 그는 “사내 AI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LLM 서비스를 구축했다”며 “정해져 있는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기존 챗봇과 달리 AI 고객센터는 ChatGPT 형식으로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답변을 제공한다”며 “아직은 속도와 할루시네이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알고리즘이 발달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와 속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TF을 매입한 투자자를 위한 일종의 사후관리 서비스다. 남 본부장은 “단순히 ETF를 개발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투자 원칙과 방향성을 조언해줄 수 있는 파트너로 진화하고자 한다”며 “AI 고객센터는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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