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메신저에서 주도자로 선 이효정 부장외국글로벌 경험에 국내 노하우 더했다…판매사 넘어 개인으로도 확장
박상현 기자공개 2025-10-17 07:58:16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2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마케팅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다른 마케팅 기법으로 시장 참여자들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후발주자였던 시절 선두주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자료를 전달하는 메신저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싶었다.” 한투운용에서 판매사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효정 ETF마케팅부 부장이 걸어온 길이다. 외국계 운용사에서 시작한 경력은 ACE 상장지수펀드(ETF)를 알리는 최전선으로 이어진다.

◇외국계에서 시작한 길, 쉽지 않았던 첫걸음
이 부장은 유년 시절 괌에서 자랐다. 중학교 때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어보다도 영어가 익숙했다.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레 그의 시선은 외국계 기업으로 향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글로벌 사업 인턴십에 참여했다. 이 부장은 “당시 HSBC펀드서비스와 모토로라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인턴십을 했다”며 “제조업인 모토로라보다는 금융사인 HSBC가 더 적성에 맞아 금융권으로 진로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의 첫 직장은 하나UBS자산운용이다. HSBC펀드서비스에서 펀드 기준가를 산출했던 점이 운용 업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사무관리사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야밤에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전혀 몰랐다”며 “운용업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나UBS운용에서는 글로벌운용팀에 배치됐다. 총괄 매니저가 포트폴리오를 내면 이 부장이 주문을 내는 트레이딩 업무를 맡았다. 자본시장법이 나오던 시기 상품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UBS운용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스위스 금융사 UBS와 하나대투운용 간 조인트벤처(JV)였던 탓에 업무 프로세스가 느렸다. 하나대투운용의 간판 매니저들도 회사를 나가고 있었다.
이 부장은 “당시 하나UBS운용의 직원 절반이 해외 본사와 국내 직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였다”며 “하나UBS운용도 회사 규모가 적어지면서 업무가 생각보다는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후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마케팅팀으로 이직했다. 본격적인 마케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 부장은 “펀드 비즈니스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져 이직을 결심했다”며 “하나UBS운용에서의 경험을 마케팅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 부장은 피델리티운용에서 본사가 보낸 리서치 자료를 기반으로 리포트를 작성해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외국계 운용사로서의 한계는 명확했다. 국내 회사의 비즈니스가 해외 본사에 종속돼 있다는 점이다. 바람대로 대외 업무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의사결정은 본사 지침을 따라야만 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을 먼저 제시하기보다는 기관 측에서 피델리티 상품을 골라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장은 “일이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조금 더 주도적인 업무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메신저의 역할이 아니라 기관의 니즈에 맞춰 컨설팅을 제공하는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7년간의 피델리티 생활을 마친 이 부장은 2017년 한화자산운용 채널컨설팅팀으로 자리를 옮긴다. LifePlus 타깃데이트펀드(TDF) 출시 및 세일즈에 주력했다. 한화운용이 디폴트옵션에서 성과를 내는데 한몫했다. 그는 “당시 한화운용에서 기관 업무를 하던 사람들은 하루에 기관 3곳씩 방문하면서 세일즈에 주력했다”며 “디폴트옵션의 경우 은행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ETF 성장 가능성을 봤다…기관 넘어 개인으로도 확장
이 부장은 펀드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ETF의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봤다. ETF가 떠오르면서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하는 것을 몸소 느꼈다. 동시에 ETF가 공모펀드의 단순 대체제가 아닌 운용업계를 주도할 시장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2019년부터 ETF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DC형에서 ETF 투자가 허용됐다”며 “고령화 시기 연금 시장의 성장성을 생각하면 ETF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고 말했다.
이직할 회사가 한투운용이라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국내 ETF 시장을 개화한 배재규 대표가 지휘봉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2022년 2월 취임 후 6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회사 차원에서 ETF에 주력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다.
이 부장은 “은행과 연금 분야 마케팅을 했던 경험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며 “국내에서 ETF를 가장 잘 이해하는 분이 대표직을 맡으신 만큼 좋은 상품들이 나올 것도 자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상품들이 뒷받침한다면 마케팅 업무도 더 활발할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이 부장은 현재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 생명보험사 등에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영역이 판매사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밀리의서재’다. 판매사용 리포트를 정리하던 이 부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양질의 리포트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를 고심했다. 이후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를 떠올렸다.
이 부장은 “신탁이나 증권에 제공했던 자료를 개인투자자로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며 “그러다 MZ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가 무엇일지 생각했고, 밀리의서재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ACE ETF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며 “상품 설명 비중을 줄이고 투자자들이 현재 시장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친화적 자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단순 ACE 홍보자료가 아닌 모든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결과 밀리의서재 입점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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