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리더십 공백 리스크]'최대 호황기'에 지연되는 사장 인선, 태생적 약점 노출①임원진 물갈이도 예정된 수순…방산 호황기와 내부 혼선 충돌
이호준 기자공개 2025-10-15 13:51:54
[편집자주]
글로벌 국방비 증가와 수출 확대의 호기를 살려야 할 시점이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위기는 무겁다. 사장 인선이 넉 달째 지연되는 데다 이번에도 항공·방산과 무관한 인물이 내려올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임원진 연쇄 교체도 불가피하다.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며 KAI가 치러야 할 비용과 책임은 어디로 향할까. 더벨은 KAI 리더십 공백이 드러낸 지배구조적 한계와 경영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15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공백 상황이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기존 사장이 물러나고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잠시 공백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장기간 이어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새 사장이야 언젠가 정해지겠지만 문제는 지금이 놓칠수 없는 방산 호황기라는 점이다. 사장이 오면 임원진 물갈이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항공·방산 경험 없는 인사가 임원으로 들어온 사례도 적지 않다. 수출 호황의 과실을 챙겨야 할 시점에 조직 정비와 인사 교체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픈 현실로 관측된다.
◇넉 달째 이어진 사장 공백…KAI 인선 후순위로
KAI의 사장 인선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사장이 물러나고 새 정부의 의중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 정권과 연관된 인물이 대표이사로 내려오는 일이 반복됐다. 속된 말로 ‘낙하산’이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붙은 자리였다.
이는 지배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8.50%를 갖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이다 보니 새 정부와 관계된 인사가 대표로 내려오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실제로 역대 8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내부 출신은 CFO를 지낸 하성용 전 사장 한 명뿐이다. 나머지 7명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이 중 5명은 행정고시 출신 고위 관료였다. 남은 2명 중 한 명은 항공·방산과 무관한 육군참모총장 출신이었다.
직전 강구영 사장은 외부 인사 중 유일하게 업무 연관성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한 경력이 있긴 했지만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현역 조종사 시절 3000시간의 비행 경력을 쌓은 항공 전문가였다. 다만 강 전 사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지난 6월 새 정부 출범 당일 사의를 밝히면서 이제 새 사장이 누구로 정해질지가 초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강 전 사장의 사의 이후 넉 달이 다 되도록 후임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KAI는 사장 인선을 위해 주주명부 폐쇄와 이사회 절차를 두 차례 진행했으나 무산됐다. 사장이 들어오면 곧바로 선임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까지 마쳤지만 후보가 없어 주주명부 폐쇄 효력이 지나버려 추가 절차가 필요한 상태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 정부가 전 정권의 비상계엄 이슈 등으로 갑작스럽게 출범하면서 내각 구성 자체가 늦어졌고 이후 보강 인사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KAI에 앞서 선임해야 할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공항공사 등 주요 공기업 수장 인선이 남아 있어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KAI보다 먼저 사장을 선임해야 할 공기업들이 많아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절반 가까운 임원도 교체…방산 호황기와 내부 혼선의 불일치
이 같은 상황이 더욱 우려되는 건 지금이 방산 호황기라는 점 때문이다. KAI는 전 세계 국방비 증액 기조에 힘입어 실적 개선 기회를 맞고 있지만 올 들어 주력 사업에서는 경쟁사에 밀려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빠른 시일 내 새 사장이 선임돼 조직을 정비하고 수출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히 신임 사장만 빨리 온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KAI는 통상 새 사장이 오면 임원진 대폭 교체가 뒤따른다.
가령 강 전 사장은 2022년 9월 안현호 전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불과 1년 뒤인 2023년 6월 반기보고서 기준 새로 이름을 올린 미등기 임원만 10명에 달했다. 퇴임자 수만 따져도 15명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KAI와 직접적 업무 경력이 없는 인사도 임원으로 합류했다. 국정원 비서실 출신 황임동 전무가 윤리경영실장으로, 국민은행 국군금융지원단장을 지낸 박상욱 전무가 경영관리본부장으로 들어왔다.

향후 새 사장이 오면 비슷한 규모의 인사가 불가피하다. 글로벌 수출 확대 기회를 살려야 할 시점에 경영진 재편 리스크가 지연돼 겹쳐 나타나는 점은 KAI에 뼈아픈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선 관계자는 “전임 사장의 경우 보고서에 공시되지 않은 임원까지 합치면 절반 이상이 교체된 셈”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려오는 새 인맥들에 대한 내부 평가는 솔직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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