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남대교는 1.1km,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충분하다. 지난주 평일 낮에 차로 한남대교를 건넜다.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시내까지 진입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서울은 차로 이동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교통체증이 수도권 정비사업의 새로운 걸림돌이라고 한다. 얼마 전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수도권 정비사업지는 늘고 있는데 레미콘 공장들이 수도권을 떠나고 있다"며 "비용 부담은 물론이고 공기를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레미콘은 건설 공사의 핵심 자재다. 시멘트, 물, 자갈, 경화재 등을 섞어서 만드는데 90분 이내 타설을 못하면 굳어서 사용하지 못한다. 믹서 트럭이 공장에서 현장까지 90분 내에 도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굳어가는 레미콘을 사용하면 시공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폐기가 원칙이다.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설사들과 다르게 레미콘 공장들은 도심을 떠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삼표산업 성수 공장이 2022년 문을 닫았다. 풍납 공장도 올해 말 폐쇄를 앞둔 상태다. 내년 서울 시내 공장은 2곳만 남게 된다고 한다.
건설사들은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 내 레미콘 생산시설인 '배치 플랜트(Batch Plant)' 설치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현대건설이 반포 현장에서, SK에코플랜트가 하이닉스 용인 현장에서 배치 플랜트를 통해 레미콘을 공급하는 중이다. 이는 드문 사례로 오히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현장에 배치 플랜트 도입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일감 축소를 우려하는 레미콘 운송노조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있다. 서울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중소 레미콘사들의 불만도 크다. 건설사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고 현장에 배치 플랜트를 설치하면 먹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긴 하지만 부담은 고스란히 건설사가 떠안고 있다. 배치 플랜트를 설치한다고 해도 비용을 투입하는 건 건설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배치 플랜트 설치가 불발되자 비교적 교통이 원활한 새벽 시간에 레미콘을 운송 받고 있다. 추가로 인건비가 들어간다는 의미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새 정부의 중점 과제다. 하지만 민간 건설사들을 옥죄는 규제들만 산적해 있다. 배치 플랜트를 설치하면 지역사회의 교통안전과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레미콘 품질 저하로 인한 부실 시공 위험도 줄어든다. 민간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중심이 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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