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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코스피 4000 시대…기업 이사회 선제적으로 움직여야"이채원 라이프운용 의장 "시장 흐름 대세 역행은 불가능"

이돈섭 기자공개 2025-10-13 08:20:07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2일 15시3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 제도들이 속속 재편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연일 치솟고 있다. 오랜 기간 국내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전문가들도 작금의 시장 변화가 워낙 빨라 실감이 어렵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다. 제도가 바뀌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시장의 대들보 같은 존재인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사진)은 다양한 시장 제도 개선 움직임에 맞춰 각 기업 이사회도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40년 가까이 주식시장에 몸담으며 시장의 모든 변천사를 목격해 왔다. 1964년생으로 중앙대 경영학과 학·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투자증권 전신인 동원증권에서 금융투자업 커리어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21년에는 라이프자산운용을 출범시키고 현재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가치주 투자에 전념해 온 이 의장이 기업 거버넌스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운용을 하는 과정에서 누적 1300% 정도 수익률을 달성,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 100%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2014년부터 시장 매크로 흐름이 바뀌고 성장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년 간 그의 투자 성과도 주춤했다. 패인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거버넌스를 간과한 영향이 컸다.

이 의장은 "저평가 됐다고 생각해 주식을 샀는데 수년 뒤 보니 몸값이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떨어져 있더라"라며 "거버넌스가 불투명한 기업에 투자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 활동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했을 때 제안이 실제 실무 단계까지 오롯이 반영되려면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라면서 "일평생 소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라이프자산운용 홈페이지]

거버넌스 문제는 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하기 어렵다. 국내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주주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 주주가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 대주주 상당수는 상속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를 억눌러 왔다. 과거 매니저 시절 기업 오너를 만나 만성적 저평가 문제를 지적하면 오너는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 자식들이 어려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곤 했다.

각종 세금 체계도 문제다. 오랜 기간 대주주 대상 양도소득세(3억원 이상)는 지방세 포함 최대 27.5%의 세율을 적용했고 배당소득세에는 최고 49.5%의 세율을 매겨왔다. 대주주 입장에선 향후 회사 지분을 매도할 때 27.5% 세금을 내면 그만인데 굳이 자산에서 배당 재원을 떼 양도세 두 배에 가까운 세 부담을 짊어질 이유는 없다. 기업은 배당에 인색해졌고 투자자는 기업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오랜기간 반복돼 왔다.

하지만 올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다음부턴 관련 제도 개편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양도세 최고세율을 기존 49.5%에서 배당소득세 최고세율과 같은 27.5%로 낮춰 배당을 하지 않을 이유를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에 대해서도 세율을 기존 14%에서 향후 9%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상속세 부담을 외국과 같이 합리적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만 제외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로 꼽힌 제도는 대부분 해결이 되고 있는 듯한 상황"이라면서 "기업이 오너십 승계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아래 시장에서는 코스피 4000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 이사회 기능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사회가 경영진과 오너십을 잘 견제하고 이사회 활동을 주주에 잘 보고하면 거버넌스는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라이프자산운용이 피투자 기업 거버넌스를 체크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이사회 독립성이다. 이 의장은 "상법 개정으로 이사 책임이 커진 만큼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네이버와 두나무의 지분 교환 계획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기업 분할과 합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세습 방안을 억지로나마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 룰에 기초해 차세대 거버넌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잡아먹을 것이란 스티브잡스 말이 새롭다"면서 "지금의 시장 흐름 대세를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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