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0일 08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보이지 않는 구획이 있다. 누가 누구에게 투자할 수 있고, 누구는 왜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제도는 명확하지만 현실은 늘 그 경계에서 비틀린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액셀러레이터(AC)의 투자 대상 기업 기준 완화 움직임은 바로 그 틈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현행법상 AC는 창업 후 3년 이내 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다. '초기 기업 육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구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3년의 기준이 현장감과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진짜 위기에 직면하는 시점이 3년 이후라는 데 있다. 데뷔 무대의 열기가 식고 제품은 만들어졌지만 고객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른바 데스밸리다.
4~5년차 스타트업은 이미 AC의 기준에서 벗어난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시리즈 투자에 돌입한 것도 아니다. VC 입장에선 트랙레코드가 애매하고 시장 검증도 부족하다. AC의 문은 닫혀 있고 VC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이 사각지대는 생태계의 끊긴 파이프라인처럼 작지만 결정적인 균열로 이어진다.
법 개정을 통해 AC의 투자 대상 기업 범위를 창업 5년 이내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장의 결정적 시기에 자금이 닿지 않으면 결국 시장은 가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가장 외로운 시점에 놓아두게 된다. 이는 단순한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균형에 관한 얘기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3년 이후는 더 이상 초기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AC가 해야 할 역할이 모호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태계에 필요한 건 더 명확한 구획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연결 장치다. 초기의 정의를 조금 확장함으로써 지켜낼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책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일 것이다.
성장에는 타이밍이 있다. 너무 이르면 시장이 준비되지 않았고 너무 늦으면 자금은 흥미를 잃는다. 3년에서 5년. 그 두 해의 시간은 어떤 스타트업에게는 생존이고 어떤 팀에게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AC의 발걸음을 조금만 더 앞까지 허용한다면 그 다음 연결이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제도는 명확해야 하지만 시장은 유연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 유연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AC는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다. 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팀을 발굴하고 초기에 함께하는 파트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더 작은 신호에도 반응할 수 있다. 그런 AC의 발걸음이 3년이라는 기준선에서 멈춘다는 건 오히려 생태계 전체의 선순환을 방해하는 일일 수 있다.
기준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준이 현실을 놓쳐선 안 된다. 3년에서 5년으로의 확장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트업 성장 주기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흐름에 제도가 맞춰지는 과정이다. AC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시장도 한층 유연하게 연결된다. 스타트업의 다음 단계를 위해 AC의 다음 역할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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