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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드가 바라본 유한양행 이사회thebell desk

최은수 서치앤리서치(SR)본부 차장공개 2025-10-16 08:16:53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유한양행은 창립 이래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지금은 폐암 신약 렉라자가 미국 FDA 신약허가를 따낸 해로 기억되지만, 그 이전 유한양행을 세간의 중심에 올려놓은 사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관에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었다.

일각에서는 회장 및 부회장직 신설이 "창업주는 물론 후손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기업 전통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를 지배하려는 구심점에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과 조욱제 사장이 있다는 뒷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사규상 회장이나 부회장에 오를 수조차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논란은 빠르게 번졌고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 의장은 당시 "자신이 부덕했다"고 언급하며 사태를 수습했지만,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한양행은 커뮤니케이션 조직을 대폭 확충하고 권한을 강화했다. 비록 오해에서 비롯된 논란이었지만 사태가 이토록 커진 근본 원인을 '소통의 부재'로 진단한 셈이다.

정관 논란이 유독 크게 확산된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의 유산과 윤리경영 전통을 바탕으로 '바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오너 대신 이사회가 중심이 된 경영체제가 실제로 얼마나 바르게 작동하는지 증명할 근거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견제 구조가 뚜렷하지 않았다.

더보드가 2024년 실시한 유한양행 이사회 평가에서도 이런 한계가 드러났다. 당시 총점은 149점.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위권 수준이었지만, 100년을 '바른 기업' 이미지로 영위해 온 유한양행에겐 아쉬운 점수였다.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견제 장치가 모호했고, 정보 접근성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5년 유한양행은 달라졌다. 총점은 146점에서 165점으로 19점 상승했다. 제약업계 평균을 웃돌았고 더보드가 살펴본 500대 기업 중 100위권에 진입했다.

2025년 평가에서 가장 큰 개선을 보인 항목은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이었다. 이를 위해 이사회 내 위원회 구조를 재정비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기존에 부족했던 소위원회도 새롭게 운영을 시작했다. 거버넌스 개선을 제도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결국 2024년의 내홍은 유한양행이 이사회 운영의 균형과 감시 기능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불과 1년 만에 유한양행 이사회는 '누구도 경영권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명제를 넘어 '어떻게 투명하게 경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더보드가 살펴본 유한양행은 이제 막연한 '좋은 기업' 이미지를 넘어 '좋은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이 성과를 유한양행의 내부 문화로까지 정착시키는 일이다.

혁신은 언제나 갈등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갈등을 제도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조직만이 다음 단계를 지향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뜻밖의 내홍을 계기로 그 경계를 넘어섰다. 그리고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 하물며 렉라자를 앞세워 국내 기업 최초로 그 어렵다는 FDA 항암신약의 문턱도 넘은 기업 아닌가. 이사회 개선쯤이야 거뜬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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