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ETF를 움직이는 사람들]SOL ETF의 스토리를 짓는 박수민 팀장리서치 기반 상품 전략으로 데이터 분석과 스토리텔링 결합
고은서 기자공개 2025-10-17 08:01:27
[편집자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포트폴리오 구조를 갖췄으면서도 강력한 환금성을 지닌 덕에 투자자의 시선은 ETF로 향하고 있다. 패시브라는 본질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매니저 자리를 시스템이 차지한 상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ETF 시장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거시경제 예측과 트렌드 흐름 간파, 흥행 테마 선점, 여기에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 수립까지 여느 펀드보다 맨파워가 중시된다. 더벨은 ETF 시장의 고속 성장을 이끈 주역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4일 14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이제 자산관리의 핵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240조원을 넘어선 시장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매일같이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이야기 있는 ETF'로 주목받는 하우스가 있다. 출범 4년 만에 순자산 10조원을 넘어선 신한자산운용의 SOL ETF다. 숫자보다 서사를 앞세운 이 브랜드의 철학을 만들어온 인물이 바로 박수민 ETF상품전략팀장이다. 그는 ETF가 시장의 흐름과 투자자의 공감을 연결하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한다.◇리서치에서 시작된 ETF 스토리텔러의 길
박 팀장의 금융 커리어는 증권사 리서치에서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소비재 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6년간 시장을 공부했다. 산업의 흐름과 기업 밸류에이션, 투자심리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체득했다. 그 시절 그는 숫자 이면의 움직임, 즉 시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회상한다.

2012년에는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만 해도 ETF는 지금처럼 대중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코덱스(KODEX) 시리즈가 레버리지 ETF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ETF라는 비이클이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각인되던 시기였다. 박 팀장은 그 전환점에서 상품 전략을 맡아 ETF의 다양화와 차별화에 참여했다.
그는 리서치 출신이라는 배경을 살려 ETF 관련 리포트를 직접 작성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운용사에서 자체 리서치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그는 시장 분석과 ETF 활용 방안을 담은 자료를 꾸준히 발간하며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ETF가 투자전략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감지한 셈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ETF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유입되면서 ETF는 기관 중심의 시장에서 리테일 중심의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박 팀장은 "이제는 좋은 전략과 스토리만 있으면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움직인다"는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21년 그는 신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가 바로 SOL ETF 브랜드가 첫발을 내딛던 시점이었다.
신한자산운용에서 박 팀장은 ETF상품전략팀을 이끌며 상품의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상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단계, 즉 글로벌 테마와 성장 가능성을 탐색하고 적합한 지수를 설계했다. 이를 상장과 마케팅, 그리고 상장 이후의 리밸런싱으로 이어가는 전 과정을 직접 관장했다. 그는 ETF를 "태어나서 시장에서 사랑받고, 필요하면 다시 손보는 존재"로 정의했다. 예전처럼 단순히 상장만 시켜놓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상품이 시장에서 끊임없이 평가받고 소비자에게 꾸준히 선택받기 위해서는 사후관리(A/S)가 필수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데이터와 감각, 두 축으로 만든 신한 ETF의 경쟁력
이런 철학 아래서 SOL ETF는 빠르게 성장했다. 월배당 ETF를 통해 매월 일정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투자 구조를 제시했고 반도체·2차전지 밸류체인을 세분화한 '소부장 ETF' 시리즈로 시장의 폭넓은 관심을 이끌었다. 테마를 나열하는 대신 산업의 밸류체인을 스토리로 재구성한 접근이었다. 그 결과 신한자산운용은 단순히 유행을 좇는 하우스가 아니라 유행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하우스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성과도 확실했다. 2023년 출시된 'SOL 조선TOP3플러스'는 상장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4년 들어 조선업종의 실적이 본격 개선되면서 급부상했다. 이 상품의 순자산은 단기간에 1조6000억원을 돌파하며 SOL ETF 중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내부에서도 스토리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자부심이 퍼졌다는 전언이다. 박 팀장은 "그 상품이 1조를 넘겼을 때 팀원들 모두가 울컥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SOL ETF가 출범 이후 4년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데는 이런 개별 상품의 완성도가 밑받침됐다.
신한운용 ETF의 경쟁력은 디테일에 있다. 일반적으로 ETF는 거시적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탑다운 구조가 많지만 신한운용은 여기에 바텀업 리서치를 결합했다. 박 팀장은 리서치 출신답게 매일 아침부터 장 마감까지 시장의 팩터 변화를 추적하고 종목 단위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그의 팀도 대부분 증권사 리서치 경험자들로 구성됐다. 이 덕분에 ETF 전략 수립 과정에서 지수 구성 기업의 펀더멘털과 밸류를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같은 테마라도 성과의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해 여러 운용사가 동시에 내놓은 '양자컴퓨팅 ETF'가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상품이 유사한 테마로 출발했지만 신한운용의 ETF는 상장 후 2배 가까이 상승하며 차별화된 성과를 냈다. 구성 종목과 비중, 기술 단계별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반영한 결과였다.
박 팀장은 스스로를 ETF 시장의 '1.5세대'로 부른다. ETF가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시장을 경험한 세대이자 본격 대중화 국면의 변화를 이끌어온 중간 세대다. 그는 최근 ETF 업계에 젊은 인력이 빠르게 유입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그들이 스스로 시장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팀 리더로서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상품 기획자에서 커리어 멘토로 확장됐다. 그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어떤 미션을 팀원들에게 줄지, 그 미션이 어떻게 그들의 열정과 주인의식을 자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ETF를 공부하고 운용하는 사람에게 이 시장이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애정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신한자산운용의 청사진은 명확하다. ETF를 출시할 때마다 투자자들이 이번엔 어떤 전략일지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꾸준한 울림을 주는 하우스다. 시장에서 SOL ETF가 발표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새로운 시도를 기대하게 만드는 흐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가수 아이유의 신곡에 비유했다. 매번 다른 장르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 그게 자신이 지향하는 ETF의 모습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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