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펀딩시장의 온도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프로젝트펀드 시장엔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반면, 특정 산업에는 자금이 넘쳐난다. 최근 한 뷰티사가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쳤다. 주관사가 잠재 투자자 10여 곳을 풀로 설정해 미팅을 진행했는데 5~6곳만에 목표액이 채워졌다고 한다. 다른 뷰티 기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제발 내 돈을 받아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애 경쟁이 치열하다.반면 비인기 산업의 투자 환경은 여전히 냉랭하다. 자금이 모이지 않아 거래가 무산 경우가 잦고, 컨소시엄을 꾸리려 해도 파트너를 구하기 쉽지가 않다. 딜이 아니라 섹터가 자금을 부르는 시대다.
이렇다 보니 시장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뷰티, 반도체, 변압기처럼 성장 서사가 분명한 산업에는 자금이 몰리고 출판, 전통 제조처럼 덜 주목받는 산업은 여전히 자금이 말라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해도 '이야기가 없다'는 이유로 LP 미팅조차 잡기 어렵다.
과거엔 "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느냐"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이 산업이 얼마나 핫(Hot)하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투자자들이 섹터 중심의 사고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제 시장은 숫자보다 이야기에 더 크게 반응한다. 산업이 만들어내는 서사가 투자 흐름을 결정짓는 셈이다.
하지만 자본의 확신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한때 주목받던 섹터가 금세 뒤안길로 밀려나고 또 다른 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시장의 돈은 2차전지로 몰렸다. 전기차 열풍 속에 관련 기업들이 '핫딜'로 분류됐고 많은 투자자들이 프로젝트펀드로 자금을 쏟아부었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에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식었다. 한때 시장의 중심이던 2차전지가 지금은 비인기 섹터로 밀려났다. 자본의 관심이란 그렇게 빠르고, 또 잔혹하게 이동한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섹터 편중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리스크도 함께 누적되고 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시장은 균질해지고 그 안의 위험은 더 크게 공명한다. 자본은 언제나 안전을 좇지만 진짜 안정은 다양성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섹터의 확신보다 기업의 가능성을 보는 눈, 그리고 그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 감각이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엔 언제나 유행이 있지만 진짜 수익은 어쩌면 그 유행이 꺼진 자리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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