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27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외이사가 더 늘어야 한다. 경험 속에서 그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제안과 시각이 분명히 존재한다."최근 현직에서 물러나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전 C레벨 임원의 말이다. 기업 이사회의 사외이사는 오랫동안 학계·법조계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다. 제도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제 기업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준법이나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 구조 변화처럼 현장을 읽는 판단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여전히 교과서적 논리에 머문다면 현실은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간다.
이사회는 전략 논의와 리스크 대응, ESG와 신사업 판단 등 복잡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제 거버넌스의 수호자를 넘어 성장의 조타수 역할도 해야 한다. 그만큼 실무 경험을 갖춘 업계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중요해졌다. 기술·시장·고객의 변화를 체감한 사람만이 묻고 경고하고 제안할 수 있다. 단순히 의결권 행사자가 아니라 회사 성장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대다.
이를 위해선 실무 경험을 갖춘 업계 출신 사외이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들은 산업의 흐름과 시장의 온도를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다. 보고서에 없는 신호를 읽고 경영진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질 줄 안다. 이런 질문과 조언이 쌓여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중장기 성장의 토대가 된다.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기업이 업계 전문가 사외이사를 전면에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 기업 이사회 구성의 상당수는 여전히 교수, 변호사, 회계사로 채워져 있다. 회의록은 깔끔하지만 산업의 맥락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학계와 법조계, 회계 전문가 집단이 불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균형의 문제다. 제도와 절차를 아는 사람뿐 아니라 산업의 변곡점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함께 있어야 한다. 실무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가 던지는 한마디가 수많은 리스크를 미연에 막을 수도 있다. 특히 변화가 빠른 업종일수록 산업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외이사의 존재감은 커진다.
이사회의 다양성은 결국 사고의 다양성으로 귀결된다. 기업이 단기 실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서류 위의 논리가 아닌 현장의 경험이 이사회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사회가 현장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할 때 기업은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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