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3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바이오 리서치 수준은 글로벌 빅파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바이오텍의 차이는 투자 재원이 만듭니다."얼마 전 열린 더벨 2025 제약·바이오 컨퍼런스에서 연자를 맡았던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제약바이오섹터 연구위원이 한 말에 깊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국내 바이오텍들의 리서치 수준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발전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발굴도 이어져 바이오텍 창업도 늘었다. 국내 활동 중인 바이오텍은 약 1000여개로 인구 규모 대비 플레이어수가 굉장히 많은 축에 속한다.
다만 결괏값이 말해주는 사실은 다르다. 여전히 30대 글로벌 빅파마에 드는 기업이 없을뿐더러 기술이전 성사 규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1년 140억달러에 달했던 딜 규모는 지난해 57억달러로 축소됐다. 딜이 성사되고 투자를 받아야 성장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데 기반조차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국내 바이오텍들의 장점이자 한계인 ‘연구 몰입형 DNA’에 있다. 대부분 창업자가 연구자 출신인 탓에 기술개발에는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사업’에는 서툴다.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면 곧 투자금이 들어오고, 기술이전 계약만 체결되면 회사가 성장할 거라 믿는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술의 완성도가 높다고 사업이 따라오지 않는다. 상업화 단계에 필요한 자금조달, 파이프라인의 우선순위 조정,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 구축 등은 철저히 ‘비즈니스 감각’의 영역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연구 성과를 성과로 착각한다. 기술만 바라보다 시기를 놓치고 파트너십 전략 부재로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투자자들도 변했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성과 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딜을 예로 들자면 '새로운' 기술보다는 '필요한' 기술이 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들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거나 오픈이노베이션 조직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그래서 반갑다. 이들은 R&D 자체보다는 기술의 사업성을 본다. 바이오텍에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인물들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의 깊이가 사업의 확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K-바이오의 도약은 현실이 된다. 바이오 산업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기업 경영은 사업의 영역이다. 현미경만 들여다봐서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실험실이 아닌 시장 안에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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