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0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관련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만 약 1만5000명이다. 매일같이 4조2교대로 설비를 돌린다. 정교한 팀워크로 공정이 이어진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 질서와 숙련이 녹아 있다.조선업도 마찬가지다. HD현대 울산조선소만 해도 협력업체 인력을 포함해 약 3만명이 근무한다. 콤바인을 몰던 농민이 바로 투입될 수 있는 현장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용접 좀 해봤다는 이유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오랜 경험으로 쌓인 암묵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도 한국 제조업을 향해 ‘샤라웃(shout-out)’을 보냈다. 한화를 콕 집어 언급한 장면이 보여준 건 미국이 우리 제조 기업을 꼭 필요로 할 만큼 이미 기술 전수가 끊긴 나라가 됐다는 사실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다. 일본제철에 넘어간 US스틸은 세계 최초의 시가총액 10억달러 기업이었다. 조선업은 더했다. 한때 미국은 2차대전 당시 1000척이 넘는 선박을 지었다. 일본과 중국 철강의 부상, 존스법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한 번 무너진 제조업은 다시 세우기 어렵다.
미국의 무너진 제조 현장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진짜 걱정의 대상은 한국이다. 잃고서야 깨닫는 게 세상 이치다. 제철소도 미국에 짓고 배도 미국에서 만들고 초일류 공정이 남의 나라로 다 옮겨가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을지 답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건 사람이다. 지난 과거를 산업화, 기술 고도화의 시기로 본다면 지금 ‘현장 형님’이라 불리는 세대는 대략 2세대다. 문제는 3세대다. 이미 곳곳에서 소통 부재와 숙련 부족으로 인한 안전과 생산 문제가 적지 않다. 2세대가 해외로, 집으로 떠나고 나면 이 암묵지는 누가 주고 받을 것인가.
미국이야 이민 정책도 열려 있고 심지어 관세를 메기면 “우리가 가서 투자하겠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쉽게 나온다. 우리는 다르다. 요즘 들어 부쩍 인공지능과 자동화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만 산업 기반과 사람이 사라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관세 협상이 일단락됐고 화면 속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기뻐 보였다. 일단 산업계 숨통은 트였지만 사실 관세는 오늘내일의 문제다. 수년 뒤, 수십 년 뒤 우리 제조업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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