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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계열분리를 꿰뚫는 '조용한 서사'thebell desk

최은수 서치앤리서치(SR)본부 차장 공개 2025-11-07 08:22:12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5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공식화 1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과 정유경 회장이 맡은 신세계 계열이 두 축으로 자리 잡았고, 유통·부동산은 이마트, 백화점·패션은 신세계를 중심으로 구획이 나뉘었다.

계열분리를 선언한 지 불과 1년이지만 지분과 자산 구조 정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완전한 분리를 위한 형식 절차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는 정유경 각 남매의 독립경영 체제는 이미 작동 중이다. 신세계그룹 동일인은 여전히 이명희 총괄회장이다. 이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만 더해지면 변경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재계에서 거버넌스 전환은 대체로 잡음을 동반한다. 승계 국면에서도 조직 재편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명분, 즉 납득 가능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이 빠지면 혼란이 뒤따른다.

신세계그룹의 경우는 예외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별다른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고 분리 선언 이후에도 요란하지 않았다. 물론 분할 후 자산총계를 기준으로 보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이 더 크다. 그러나 정용진 회장 측이 장기적 재무 부담이 큰 사업부도 함께 떠안았다. 그렇게 나뉜 사업 부문과 지배구조에도 균형이 잡혀 있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을 당시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증한 점은 눈에 띈다. 당시 이마트 측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 밝혔지만, 그 이상의 함의가 있다.

먼저 재계의 상투적 '염가 승계' 공식에서 벗어나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정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이 높아졌고, 정유경 회장이 주도하는 신세계와의 '차이니즈월'은 더욱 두텁고 선명해졌다.

계열분리 이후 내부 운영도 안정적이다. 이사회 구성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됐고, 외부 영입보다 우정섭 CFO 같은 그룹 베테랑을 중용하며 안정성을 택했다. 핵심 재무라인에는 여전히 30년 이상 유지된 그룹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포진하는 등 인선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정중동'의 인사로 경영 체계를 흔들지 않은 셈이다.

신세계그룹의 거버넌스 시프트는 복잡한 승계 공식이 아닌 합리적 구조 설계와 명분 있는 절차로 진행됐다. 계열분리가 많게는 10년 전부터 준비된 점을 볼 때 속도보다 과정을 중시했고 이마트와 신세계는 각자의 방향에서 독립을 실현했다. 분리가 마무리된다면 전체 볼륨에 변동은 있지만 사업이 양 축으로 나뉜다 해도 균형감은 유지될 전망이다.

결국 거버넌스 시프트는 제도나 형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그룹이 어떤 이유와 방식으로 변화를 선택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낼 수 있다면 시장의 신뢰와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얻는다.

요컨대 신세계그룹은 계열분리를 조용하지만 일관된 기준을 갖고 완성했다. 복잡했던 지분구조는 시간을 들이면서 질서있게 정리하고 명확한 '서사'를 통해 신뢰도 쌓았다. 조용한 시프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신세계그룹이 끝까지 '서사'를 놓치지 않았려는 힘이었다. 이 서사가 신세계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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