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륙 DAT 사업 진단]한국판 스트래티지 등장, 성공 재현 방법 '난제'[총론]해외 대비 자금력·시장환경 한계 명확…국내 맞춤 모델 강구
노윤주 기자공개 2025-11-10 07:29:39
[편집자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삼아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디지털 애셋 트레저리(DAT) 전략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편입하면서 촉발된 움직임이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 솔루션을 제공하던 IT 기업이던 스트래티지는 주요 사업 모델을 비트코인 매집·보유로 바꾸면서 순자산 증가, 주가 상승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국내 환경은 미국과 다르다. 제도부터 회계기준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또 스트래티지와 똑같은 전략으로 국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DAT 사업 모델을 채택한 국내 기업의 현황과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그리고 리스크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5일 09: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기업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 큰 변곡점을 맞이한다. 그전까지 스트래티지의 실적은 좋지 못했다. 기업 데이터를 가공해 사업 전략에 쓸 수 있게 해주는 IT 솔루션을 B2B 판매했지만 매출은 연간 5억달러(약 7200억원) 수준에 정체돼 있었고 영업이익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였다.이에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 회장은 사업모델을 비트코인 매입·보유로 전환했다. 그 결과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스트래티지 주가가 연동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해에는 나스닥100 지수 편입까지 이뤄냈다.
스트래티지처럼 가상자산을 기업 전략자산으로 비축하는 사업 모델에 '디지털 애셋 트레저리(DAT)'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 성공 사례를 따라 국내서도 DAT 모델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 격차, 주가 연동 효과, 리스크 관리 역량 등 국내외 환경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62만개 vs 150개, 국내외 보유량 압도적 격차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0월 기준 64만250개로 추산된다.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3%를 상회하는 규모다. 개당 1억5000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원화 환산액만 무려 96조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매입량을 늘려온 결과다.
올해는 420억달러(약 60조40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추가 조달해 비트코인을 구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몇년에 걸쳐 절반은 전환사채(CB), 절반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 시점 주가로만 봤을 때 스트래티지의 사업 모델 전환은 성공에 가깝다. 비트코인 매입 전략 시행 전 15달러 선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올해 최고 543달러까지 상승했다. 비트코인 가격과 주가가 묶여 과거 대비 36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스트레티지는 성공을 보고 국내서도 하나 둘 DAT 모델을 차용한 기업이 등장했다. 먼저 6월 파라택시스홀딩스가 상장사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파라택시스코리아로 바꾸고 기관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트레저리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0월 기준 파라택시스코리아가 밝힌 비트코인 보유량은 150개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대외 공개된 비트코인 취득 개수는 14.7개다. 올해 하반기부터 3000개 상장사 및 전문투자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열리긴 했지만 아직 조달 가능한 물량이 많지 않은 탓이다.
자금 조달 규모도 차이가 크다. 스트래티지는 수십조원대 자금을 동원하고 있다. 올해 중순에만 13억달러(약 1조8700억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파라택시스코리아 사례를 보면 200억원 유상증자와 50억원 규모 전환사채 발행에 그쳤다. 비트코인 매입에 투입할 수 있는 실탄 자체가 다르다.

◇비트코인·기업 주가 연동, 국내 증시서 통할까
또 하나의 문제는 주가 연동이다. DAT 모델의 핵심은 비트코인 보유량 증가와 주가 상승의 선순환이다. 스트래티지는 2020년 이후 주가가 3000% 이상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레버리지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2024년 12월에는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되며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스트래티지의 성공은 미국이라는 거대 자본시장과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가 맞물린 결과다. 국내 시장이 같은 조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자산 대부분을 가상자산으로 보유하면 가격 변동성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스트래티지도 최근 신용평가사 S&P로부터 정크본드에 해당하는 B- 등급을 받았다. 비트코인 보유량 과다, 사업 집중도, 낮은 달러 유동성이 리스크로 지적됐다.
가상자산 업계서는 국내 환경에 맞는 DAT 전략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서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에 배팅해 장부상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 동력을 얻는게 DAT 핵심이다.
하지만 국내서 적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본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매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서는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또 외부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지만 국내서는 이런 방식이 불가능하다"라며 "자체적인 재무건전성을 만들고 추가 성장 동력으로 DAT 모델을 차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 도입 초반이기 때문에 비트맥스, 파라택시스 등 기업의 행보를 지켜봐야 윤곽이 나올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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