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롯데손보 사태, 숫자의 종언[thebell desk]

조은아 금융부 차장공개 2025-11-11 13:04:48

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에게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보험업계가 다시 뜨겁다. 지난해부터 갈등을 겪어왔던 양측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양쪽 모두 한동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할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일을 단순히 한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충돌로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이유는 자본적정성 부문에서 4등급(취약)을 받았기 때문인데 어떻게 4등급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다소 의아함이 남는다. 쟁점은 '비계량 평가'다. 금융위는 비계량 평가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계량 평가 60%, 비계량 평가 40%로 이뤄진다. 금융위가 밝힌 대로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 수치들이 다소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계량 평가에선 3등급을 충족했다. 비계량 평가 때문에 4등급을 받은 건데 롯데손보가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이 점이다. 수치 기반의 계량 평가와 달리 비계랑 평가의 경우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맹점 탓에 비계량 평가 때문에 금융사가 경영개선권고를 부과받은 사례는 롯데손보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다. RAAS(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 도입 이래 최초의 사례다.

RAAS는 2007년 4월 국내 보험사에 도입된 리스크 중심 감독제도다. 보험사의 경영실태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감독 수준을 차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 모든 보험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도입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 상당히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단순 감독제도를 떠나 보험사들에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급여력비율, 자산건전성, 유동성비율, 수익성 등을 모두 RAAS 기준에 맞춰 관리 중이다.

그런데 비계량 평가가 적기시정조치의 원인이 되면서 2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판이 깨졌다. 롯데손보가 첫 사례가 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계량 지표가 좋더라도 비계량 지표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언제든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객관적 수치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더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물론 수치가 전부는 아니다. 숫자만으론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숫자가 주는 객관성과 공정성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다. 평가 대상이 그 결과를 수긍하려면 어느 누가, 언제 어디서 평가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간 RAAS 제도가 별 탈 없이 시장에 잘 뿌리내린 배경이기도 하다.

비계량 평가에도 당연히 매뉴얼이 존재한다. 다만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지난해부터 밉보인 롯데손보에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법과 절차를 따랐다는 당국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누구를 탓할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