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07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에게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면서 보험업계가 다시 뜨겁다. 지난해부터 갈등을 겪어왔던 양측의 종착역이 어디가 될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양쪽 모두 한동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할 건 분명해 보인다.이번 일을 단순히 한 보험사와 금융당국의 충돌로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롯데손보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이유는 자본적정성 부문에서 4등급(취약)을 받았기 때문인데 어떻게 4등급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다소 의아함이 남는다. 쟁점은 '비계량 평가'다. 금융위는 비계량 평가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면서도 사실상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계량 평가 60%, 비계량 평가 40%로 이뤄진다. 금융위가 밝힌 대로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 수치들이 다소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계량 평가에선 3등급을 충족했다. 비계량 평가 때문에 4등급을 받은 건데 롯데손보가 문제 삼고 있는 것도 이 점이다. 수치 기반의 계량 평가와 달리 비계랑 평가의 경우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맹점 탓에 비계량 평가 때문에 금융사가 경영개선권고를 부과받은 사례는 롯데손보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다. RAAS(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 도입 이래 최초의 사례다.
RAAS는 2007년 4월 국내 보험사에 도입된 리스크 중심 감독제도다. 보험사의 경영실태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감독 수준을 차별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 모든 보험사에 적용되고 있으며 도입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 상당히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단순 감독제도를 떠나 보험사들에겐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급여력비율, 자산건전성, 유동성비율, 수익성 등을 모두 RAAS 기준에 맞춰 관리 중이다.
그런데 비계량 평가가 적기시정조치의 원인이 되면서 2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판이 깨졌다. 롯데손보가 첫 사례가 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계량 지표가 좋더라도 비계량 지표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 언제든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객관적 수치보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더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다.
물론 수치가 전부는 아니다. 숫자만으론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숫자가 주는 객관성과 공정성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다. 평가 대상이 그 결과를 수긍하려면 어느 누가, 언제 어디서 평가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간 RAAS 제도가 별 탈 없이 시장에 잘 뿌리내린 배경이기도 하다.
비계량 평가에도 당연히 매뉴얼이 존재한다. 다만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미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지난해부터 밉보인 롯데손보에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법과 절차를 따랐다는 당국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겠지만 누구를 탓할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동상이목] 퇴직자들이 잘 하는 것?
- [thebell note]의료기기에 드리운 바이오 '오리지널' 강박증
- [Capital Markets Outlook]경제 성장 기대되는 2026년, 자본시장별 전략은
- [Capital Markets Outlook]"달러화 수요 지속…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
- [Capital Markets Outlook]"규모 중심 회복·양극화 심화가 M&A 시장 재편할 것"
- 기업은행 리더십 '쇄신론'에 대한 단상
- [인사] 더벨
- [thebell desk]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진짜 노화
- [thebell note]아는 사람만 아는 ELS
-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PEF
조은아 금융부 차장의 다른 기사 보기
-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진옥동 2기 함께 할 키맨은? 지주 인사에 쏠리는 시선
- [신한금융 인사 풍향계]천상영 CFO, 은행·카드·지주 이어 생보까지…남다른 입지
- [신한금융 차기 리더는]진옥동 회장, 연임은 수월했지만 '후계자 육성' 과제 안았다
- [신한금융 차기 리더는]2기 체제 앞둔 진옥동호, 남은 과제는
- [신한금융 차기 리더는]투명성·공정성 제고, 진옥동 연임 '정당성' 확보했다
- [신한금융 차기 리더는]"흠 잡을 데 없었다" 진옥동 회장 연임 사실상 성공
-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 10년 만에 통합 수순
- [금융지주 계열사 성과평가/KB금융]이환주 KB국민은행장, '내실 있는 성장'으로 리딩뱅크 탈환
- 강태영호 농협은행 첫 조직개편, AX와 생산적 금융에 방점
- [thebell desk]인사가 만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