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1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직원들이 매각 위기에 있는 회사를 인수한다. 대신 소유와 경영은 분리한다. 그리고 사장이나 신입직원이나 모두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현실에 있었다. 국내 상장사로는 유일한 종업원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갖춘 한국종합기술의 이야기다.김영수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는 최근 '직원들이 회사를 샀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2017년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생소한 방식을 내걸고 한국종합기술 최대주주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했던 일련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당시 노동조합위원장이었던 김 대표는 인수 결정 약 10개월 만에 제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한국종합기술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왔다.
이 책에는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를 갖출 수 있었던 배경뿐 아니라 당시에는 드러낼 수 없었던 에피소드들도 소개돼 있다. 그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은 내용을 하나 발췌하면 우선협상권을 받은 뒤 본부장급 임원 8명이 돌연 반대 의사를 밝히며 돌아선 부분이다. 이들은 직급과 연배 등을 내세워 부서 및 가까운 후배들을 압박하며 반대를 위한 연판장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토목 엔지니어링 업계는 도제식 문화가 자리 잡은 탓에 선후배 관계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이에 젊은 직원들이 많은 노동조합 중심으로 인수가 진행되다 보니 본부장들의 불만이 다소 엉뚱한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실제 일부 본부장은 은행에 제출했던 대출 서류를 되찾아오는 등 갈등의 골이 깊었다. 하지만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독특한 지배구조가 안착하려면 새로운 인물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이 모이면서 갈등은 해소됐다.
국내 토목산업과 성장을 함께한 한국종합기술은 6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 상장사로선 유일한 종업원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올해로 만 7년을 넘긴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는 출범 초기 동종업계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우려를 불식하며 순항하고 있다. 물론 일정 기간 적자 경영으로 어려움도 겪었지만 2020년 흑자 전환한 뒤 매출액과 수주는 증가세를 보인다.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 지주회사로 안착했던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사장부터 신입직원까지 모두 출자금을 1인당 5000만원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권리와 의무를 모두 동등하게 부여해 특정인이 욕심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유와 경영도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다. 한국종합기술은 출자 임직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지분 100%를 가진 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통해 지배한다. 경영진도 치열한 공모 경선 절차를 거쳐 직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구조다.
김 대표가 쓴 책을 읽고 나니 국내 기업들의 현실과도 비교가 됐다. 특히 몇 년 전 중견기업들을 담당했던 시기 만났던 한 명의 대표가 떠올랐다. 그는 부산에서 제조업으로 시작해 직원들을 200여명까지 고용한 중견기업 오너였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까지 성공하면서 회사를 더 키울 기반도 마련했다. 그러다 경영권을 매각했는데 수십년간 청춘을 받쳤던 기업은 껍데기만 남았고 힘든 시기를 같이 버텼던 직원들이 대부분 퇴사했다면서 크게 후회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국내의 많은 중견기업 오너들이 매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당수의 자녀가 가업을 승계할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가 한국종합기술에 종업원 지주회사를 안착시킬 수 있었던 배경 등을 문의했다고 전해진다. 국내의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들이 승계 문제로 사라지는 문제들의 해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국내 경제를 부흥했던 창업자들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서 종업원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전환하는 대안으로서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의 통념을 깨는 종업원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민해보면 어떨까. 비결과 과정이 궁금하다면 김 대표가 쓴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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