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26일 15: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익성이 흔들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 CFO들의 최근 발언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전략은 성장보다 '방어'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IP 트래픽의 견조함을 강조했고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CFO는 실적 악화를 전제로 비용과 자원 재배분에 속도를 내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넷마블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기욱 CFO는 내년 8종 신작을 앞세워 모멘텀 회복을 노리면서도 비용 효율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 아래 사명 변경을 검토하며 전사적 전환 가능성을 드러냈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게임업계 CFO들이 시장에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초호황기부터 반복된 신작 중심 사업구조만으로는 성장의 해법을 찾기 어려워졌고 과거와 같은 확장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인식은 이미 각 사 재무라인 전반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은 국내 게임업계에 캐즘이 찾아왔단 단서에 가깝다. 캐즘은 산업 초기 큰 무리 없이 확장되지만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확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외형 성장과 경영진 기대와 실제 시장 확산력 사이 간극이 커질 때도 같은 맥락으로 쓰인다.
최근 게임사들이 보이는 수익성 흐름도 이 패턴과 상당히 닮았다. 대형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 직후 일시적 매출 반등을 만든다. 그러나 과거 수개월 이어지던 모멘텀이 이제는 1~2분기 안에 소진된다. 매출은 되돌아가고 기존 IP 중심 구조는 오히려 더 견고해진다. 신작 파급력이 짧아진 현상은 흥행 성패와 관계없이 반복된다.
이는 산업 확장력이 구조적으로 제한됐다는 신호다. 이용자 기반이 정체된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작은 늘고 신작 생명주기는 짧아졌다. AI 콘솔 멀티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한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 생태계는 오랜 기간 모바일에 머물러 있다. 시장 변화 속도가 개발 역량 조정보다 앞서는 만큼 성장 둔화는 피하기 어렵다.
신작 출시 사이클에 의존하는 현금흐름 전략도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개발비 증가와 장기 R&D와 플랫폼 다양화까지 감안하면 성장 공식과 사업 모델을 재검토해야 할 과제는 더 많아졌다. 지금 재무라인이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캐즘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면 산업 전반의 성장 경로 재설계는 더는 늦출 수 없다. 곳곳에서 같은 흐름이 확인되고 기술과 시장 변화까지 가속되면서 산업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는 신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 간극을 먼저 넘는 기업이 어디이며 어떤 선택으로 새로운 공식을 구축할지에 따라 향후 판도는 달라질 것이다.
참고할 만한 선례를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넷마블의 2019년 렌탈업체 코웨이 인수는 단순한 다각화가 아니다. 신작 의존 구조에서 생기는 현금흐름 변동성을 줄이려는 결정이었다. 이후 넷마블은 안정적 연결현금흐름을 갖춘 상태에서 2020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초호황기를 맞아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관관계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침체 국면에서 오래 머뭇거린 기업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먼저 용기를 내 골짜기를 건너는 쪽이 다음 시장을 선점한다. 그래야만 '살아남았단 건 강한 것'이란 시쳇말을 입증할 기회라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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