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27일 0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업계 종사자들은 스스로를 농사꾼에 비유한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이 쌀 농사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논에 모를 심고 관리하면 쌀이 생산되는 것처럼 납사를 NCC에 투입하면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이 나온다.오히려 NCC를 통해 에틸렌을 생한하는 과정은 쌀 농사보다 더 쉽다. 한번 설비가 가동되면 원재료만 꾸준하게 투입하면 완제품이 나온다. 설비를 머추지 않고 연중무휴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생산성 측면에선 NCC가 더 효율적이다.
에틸렌이 화학산업의 쌀이 된 이유는 또 있다. 우리 주식이 쌀이듯 모든 화학제품의 기초가 에틸렌이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여러 반찬을 곁들여 식사를 한다. 또 쌀을 가공해 떡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 에틸렌은 스페셜티 화학제품의 핵심 재료다.
화학산업을 기초로 다른 산업이 성장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방산 등 K-제조업을 대표하는 주요 산업의 기초는 화학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발전된 화학제품을 요구한다. 소위 스페셜티로 불리는 다양한 고분자 화학제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화학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발 과잉공급과 글로벌 시장 침체로 우리 화학사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가격 경쟁에서 밀렸고 물량에서도 압도당했다. 그러나 NCC를 무작정 포기할 순 없다. NCC가 무너지면 스페셜티도 없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도 쌀 만은 여전히 국가가 가격을 보존해 수매한다. 농가 보조금을 주고 농경지 휴경을 막기 위해 농지은행을 도입해 소작을 활성화 했다. 농가 도산을 막고 쌀 생산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식량주권을 견고히 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우리 화합업계를 추월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국영기업이란 막강한 뒷배가 있다. 일본은 무너져 내린 화학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여러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아직 산업의 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쌀값을 지키는 것 처럼 화학제품 가격도 지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 에틸렌을 일정 가격 이상으로 수매할 각오 정도는 해야한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도 주식인 쌀을 지켰던 것처럼 산업의 쌀인 화학제품도 사수해야 한다. 그래야 K-제조업의 근간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화학산업 구조조정이 첫 발을 뗐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NCC 감축에 최종 합의했다. 양사는 연내 자구안 이행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완장을 차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구태는 벗어야 한다. 기업의 뒤에서 묵묵히 촘촘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NCC를 접고 스페셜티를 하라’거나 ‘NCC를 줄이면 채권 만기연장을 해준다’는 뻔한 지원책은 대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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