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재설계]"이사 책임추궁, 형사보다 민사로 전환돼야"③양희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통지의무' 보험금 지급 좌우할 핵심"
허인혜 기자공개 2025-12-05 08:03:26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논의 등으로 이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소송 방어를 둘러싼 시장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사회 감시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이사를 보호할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사의 의무는 무거워졌지만 국내 D&O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벨은 국내 D&O의 현주소와 변화 흐름을 짚고, 법조계·학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와 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사에 대한 민사적 책임추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배임죄 등 형사적, 행정적 제재에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선진국처럼 형사적 접근 대신 민사적 책임추궁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양희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임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선례를 보면 형사 중심 접근에서 민사 책임추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수록 관련 소송이 활발해진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한 이사의 방어비용을 담보하는 장치로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D&O 약관의 개량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청구기준 보험임에도 통지와 담보 기간이 이어지지 않고, 약관의 구조가 형사와 행정 절차를 포용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소송의 부재와 형사 제재 쏠림…민사 책임추궁 '공백'

양희석 교수(사진)는 NH농협생명 변호사를 거치는 한편 보험법 연구에 천착해온 전문가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D&O 관련 학술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법적문제'를 내놓으며 이 분야 연구에 기여해 왔다.
양 교수는 D&O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기업지배구조 측면과 보험 자체의 문제점을 꼽았다. 해외에서는 대표소송과 증권집단소송이 활발해질 수록 가입과 보험금 청구가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배구조도 원인이다. 지분이 분산되지 않았거나 지분이 분산돼도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구조에서는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감시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보험 가입률도 낮고 보험금의 청구도 적다는 지적이다. 민사 책임을 충분히 추궁할 수 없게 되면서 배임죄 등 형사적이고 행정적인 제재에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소송 리스크가 현안이 됐고 그만큼 가입률도 늘었다. 양 교수는 "대기업들의 경우 해외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D&O 가입이 필수적으로 인식된다"며 "가입률이 상장회사의 경우 75%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청구기준 보험' 통지 설계는 미흡…약관·면책규정 손봐야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청구기준 보험(claims-made basis)이지만 수행할 만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임원의 부당행위와 주주나 제3자의 손해배상 청구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사고 발생 시점이 아니라 청구가 제기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사고를 정의하고 일정 기간 안에 제기된 청구를 보장한다.
문제는 국문 약관에서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통지와 담보기간의 설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다. 양 교수는 "보험기간이 통상 1년으로 단기여서 청구가 제기될 정황이 발생하면 계약 갱신이나 신규계약 체결을 거절당해 보험보장을 받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황통지는 보험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보험사에 알리는 행위다. 양 교수는 "국문약관은 정황 통지를 하면 보험기간 내에 청구가 제기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누락돼 있다"고 짚었다.
또 사전인식면책도 문제로 꼽았다. 양 교수는 "대표적인 영문약관들은 청구가 제기될 우려가 있는 정황을 이전의 보험자에게 통지하면 뒤의 보험자를 면책하는 '이전정황통지면책'을 두고 있는데 반해 국문약관은 피보험자가 정황을 알고 있었다면 통지하지 않았어도 뒤의 보험자가 면책되는 '사전인식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피보험자가 정황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이전 보험자와 신규 보험자 모두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공백이 생긴다.
◇'쌍용양회·미래에셋대우·대조양' 통지가 승패 가른 기업 사례들 보니
"한 기업은 통지 담당자가 구체적인 정황 통지는 물론 보험사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아 사외이사들이 방어비용 만으로도 파산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보험의 청구가 야기될 정황이 있다면 보험사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서면통지를 통해 보험 보호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통지 의무가 핵심이다. 양 교수는 쌍용양회와 미래에셋대우, 대한전선의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세 사건 모두 대표이사 등이 형사기소되고 한참이 지나 판결이 확정된 후에야 청구 사실을 통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들은 그제야 무죄에 대한 방어비용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즉시 통지 의무와 방어비용 사전 동의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면책을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쌍용화재 사건에서는 보험개시 시점과 정황통지가 분쟁의 핵심이었다. 양 교수는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분식회계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행정조사와 형사기소,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과정 중 보험사가 바뀌었는데 언론보도 직후 이전 보험사에 분식회계보도 사실을 통지한 것이 정황통지로서 유효하여 이전 보험사가 책임을 지는지가 쟁점이었다.
쌍용화재 사건은 상황이 정반대였다. 부당대출에 대한 금감원조사가 이루어지자 그제서야 부당대출에 대한 금감원조사 등 사실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미 청구가 이루어질 정황이 있었고 그에 기해 이루어진 청구에 대해서는 면책된다는 사전인식면책, 고지의무 위반 등이 인정됐다.
◇충실의무 강화된 환경…"보장 폭은 넓게, 자기부담은 분명하게"
면책 조항과 도덕적 해이도 빼놓을 수 없는 쟁점이다. 양 교수는 "최근 대법원은 회계사배상책임보험 사건에서 '법령이나 정관의 계획적인 위반이나 불이행'의 '고의적인(wilful)'을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하지 않고 미필적 고의까지 확대하여 해석해 면책사유가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보장 범위도 차이가 크다. 국문 약관은 담보 범위를 손해배상청구로 한정하고 있다. 또 위법행위 면책조항이 모호한 점도 우려했다. 그는 "국문약관은 범죄행위, 법령위반행위를 위법행위 면책사유로 하는데 이사의 책임을 발생시키는 거의 모든 행위가 면책사유에 해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상법에 신설된 충실의무 조항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면책사항인 '법령위반행위'의 '법령'은 상법 및 기업관련 법률의 개별 구체적 의무 규정을 말하며 주의의무, 충실의무 같은 일반규정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한다는 취지다.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서는 자기부담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양 교수는 "이사의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보류분 내지 공제액과 손해액에서 공제액을 뺀 잔액 중 일정 비율을 피보험자의 부담으로 하는 일부부담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지금 손볼 체크포인트는
공시와 내부 규정 정비도 중요한 축이다. 그는 "뉴욕주에서는 회사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관련 사실, 즉 보험회사, 계약날짜, 보험료, 피보험자의 직위, 보상계약에 따른 지급금액을 주주에게 알리도록 강제한다"고 소개했다.
실무 차원에서는 기업과 보험사 모두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보험회사는 청구기준보험의 특성상 통지의무 등에 대하여 보험증권 및 설명서 등에 강조하여 기재하고 설명해준 뒤 확인까지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 측에는 통지 시점과 방식, 이사회 기록, 회사보상 규정까지 한꺼번에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기업들은 민사상 청구나 형사, 행정조사 초기부터 청구사실에 대해 보험사에 구체적인 통지를 하고 변호사 선임단계부터 상의를 해야 한다"며 "정황통지를 하면 보험계약 갱신이 거절되더라도 이전 보험사로부터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주주 간 이해가 대립하는 중요 안건에서의 절차도 언급했다. 양 교수는 "미국의 예를 참조하면 주주간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중요안건의 경우에는 독립적인 변호사나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여 심의를 거치도록하는 것이 이해관계 충돌시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차바이오텍의 얼라이언스 전략, LG CNS 대상 '100억 유치'
- [현대차그룹 피지컬AI 대전환]신기술로 여는 미래 '제로원 프로젝트' 스타트업 육성
- [현대차그룹 피지컬AI 대전환]과제 '소프트웨어 내재화', 첫 상용화 나선 모셔널
- [이사회 모니터]사내·외 이사부터 의장까지...한진칼, 전면 교체 나서나
- [유동성 풍향계]현금흐름 '정체' 현대오토에버, 유동성 방어 나섰다
- 방산투자 '박차' KAI, 최대 5000억 회사채 찍는다
- [유증&디테일]'태양광 본업' 에스에너지, AI 데이터센터·융복합 사업 도전
- [i-point]옵트론텍, 북미 완성차메이커에 자율주행차용 렌즈 공급
- [i-point]신성이엔지, 'HPL' 전 현장 확대 "반도체 증설 속도전"
- [i-point]에누리 가격비교, '건강Plus 전문관' 캠페인 성료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행동주의 보드 리빌딩]'파트너십' 내세운 행동주의, 무엇을 남겼나
- [영상]정비소에서 SDV까지, 현대차그룹 3대의 내비게이션
- [행동주의 보드 리빌딩]KCGI식 행동주의…수익률 vs 거버넌스 '엇갈린 평가'
- [정보보안 거버넌스 점검]포스코플로우, 물류시스템 통합관제로 방어벽 구축
- 예쁜 나이 25살
- [행동주의 보드 리빌딩]'오너 리더십 균열', 선진화와 혼란의 경계선
- [정보보안 거버넌스 점검]테슬라의 자신감, 오토파일럿 해킹하면 10만달러 지급
- [정보보안 거버넌스 점검]'커넥티드 드라이브' 10년차 BMW, 정교해진 보안 설계도
- [행동주의 보드 리빌딩]금융지주·소유분산 기업, 이사회 변화에 집중
- [2025 theBoard Pick 10]'주주서한·법정공방·공개매수' 거침없던 행동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