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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재설계]"D&O, 유능한 사외이사 끌어당기는 '키'"[thebell interview]⑤김동겸 보험연구원 실장 "사이버·AI 기술 관련 문제,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라"

허인혜 기자공개 2025-12-09 08:12:47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논의 등으로 이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소송 방어를 둘러싼 시장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사회 감시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이사를 보호할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사의 의무는 무거워졌지만 국내 D&O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벨은 국내 D&O의 현주소와 변화 흐름을 짚고, 법조계·학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와 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에서 유능한 사외이사와 임원이 이사회 참여를 검토할 때 회사의 임원배상책임보험(D&O) 가입 여부와 한도, 면책과 보상 약정 구조를 핵심적인 실사 항목으로 확인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관행입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이하 연구위원)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지원하고 거버넌스를 탄탄하게 받치는 도구인 동시에 우수한 이사와 임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는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넓어지며 소송 리스크가 증가했다고 봤다. 그는 "D&O 가입은 단순히 기업 규모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업종이나 회사의 재무 상태, 지배구조와 사업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이버 공격과 인공지능(AI)도 D&O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D&O, 글로벌 인재 시장에선 필수 체크포인트

김 연구위원은 먼저 해외 인재 시장에서 D&O의 위상을 설명했다. 특히 벤처캐피탈와 사모펀드, 상장사 이사회에서는 이사로 선임되기 전에 보험 보장 범위와 보장 한도, 방어 비용 구조를 꼼꼼히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일본은 제도까지 고쳐 글로벌 인재를 붙잡으려 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회사보상계약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인재가 책임 위험이 너무 크다며 사외이사 취임을 거부하는 문제를 완화하려 했다"며 "보상계약과 임원배상책임보험을 함께 제공해 이사회 참여를 유인하는 정책을 표방했다"고 소개했다.

연구 결과도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내는 상장사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Masulis et al.(중국 학자그룹)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면책, 보상계약, D&O 등 독립이사 보호장치가 강화된 이후, 높은 평판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해당 보호장치가 약한 기업의 이사직을 기피하고 반대로 강한 보호를 제공하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합류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법 개정, D&O 변화 촉구…양극화·공시 미흡은 해결과제

최근 상법 개정은 국내 D&O 시장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이에 맞춰 보장 범위 확대와 방어비용 선지급, 주주간 분쟁보장 범위 명확화 등 보험상품 고도화를 검토 중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전했다.

그는 "제도 변화와 함께 다양하고 새로운 리스크 출현은 전통적 D&O 보험의 보장 범위와 위험인수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규 상품개발과 함께 이에 대한 임원의 책임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언더라이팅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D&O 보급 수준과 시장 구조는 양극화된 모습이다. 그는 "국내 D&O 보험 시장은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는 이미 보편화되었으나, 중견·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과 인식 부족으로 확산 속도가 더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대체로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보험 가입 권장과 한도 설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이나 IT, 바이오 등 리스크가 큰 업권에서 보장 한도가 더 높게 설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 D&O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는 영문약관 의존과 공시의 미흡함이 꼽혔다. 김 연구위원은 "클레임 발생 시기와 이전행위 면책 등 핵심 조항이 영미법적 개념을 전제로 설계되어 우리 상법과 소송 절차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문약관은 오히려 보장 범위가 축소된 측면도 있다. 과거 미국의 영문약관을 참조해 작성하는 과정에서 보장 범위가 일부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공시 정보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는 "국내에서는 자세한 보험 조건이나 분쟁 내용까지는 공시되지 않아 정보의 투명성이 미흡하다"고 했다. 이어 캐나다와 미국,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보험 가입 여부 외에 보장 범위와 주요 담보 조건, 보장 한도와 자기부담금 규모, 보험금 청구와 지급 현황, 분쟁 발생 여부 등 정보 공시 범위 확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AI·사이버 공격, 새로운 리스크들

새로운 리스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상법뿐 아니라 사이버 공격과 AI 기술 관련 리스크도 D&O 시장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사이버 공격과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주주집단소송·파생소송 등으로 이사·임원의 관리·감독의무(Caremark) 위반이 문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규모 사이버 사고 후 증권집단소송 제기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도 보고되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D&O 담보 구조는 전통적 법적 책임과 소송 비용 중심에 맞춰져 있다. 김 연구위원은 ESG 및 사이버 리스크와 관련한 복합적이고 비재무적 리스크를 충분히 담보하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산업별 맞춤 담보 설계도 이미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산업별로 노출되는 규제·소송 리스크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기본 구조는 동일하나 금융, 제조, IT 기업 등에서 맞춤 담보·특약 설계가 이미 활용되고 있다"고 짚었다.

IT 기업용 D&O에서는 사이버 공격, 개인정보 유출, AI·알고리즘 차별 논란, 콘텐츠·저작권 이슈와 연결된 경영진의 감독·공시 실패 책임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고 그는 전했다. 때문에 사이버·프라이버시 면책을 어떻게 조정할지, 사이버 사고 관련 증권·주주소송을 포함·제외할지에 대한 산업특화 약관이 활용되는 중이다.

에너지와 인프라 기업 D&O에서는 "환경오염, 기후변화·탄소중립 공시, 산재·안전사고, 공급망 환경·인권 이슈가 이사·임원 책임의 주요 원천이 됐다"며 "환경 관련 벌금·징벌적 손해배상, 환경규제 조사비용, 기후·ESG 공시 관련 소송에 대한 특약 또는 면책 구조가 산업별로 세분화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규모만으로 접근하지 말아야…D&O, 투자자 신뢰 확보 수단"

또 기업 규모만으로 접근하는 관행을 경계했다. 그는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은 단순히 기업 규모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업종, 회사의 재무상태, 지배구조, 사업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D&O 보험이 활성화된 해외의 임원배상책임보험 시장에서는 보험가입에 따른 이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억제하기 위해 고의 및 중대한 과실 배제조항, 회사보상계약제도, 엄격한 언더라이팅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정책과 제도 측면의 우선 과제로는 네 가지를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임원 책임제도와 임원배상책임보험 시장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한 정책·입법 측면의 우선 과제로는 공시 및 투명성 강화, 보장구조 및 약관 표준화, 중소기업의 보험가입률 제고를 위한 정책지원, 사이버와 기후 등 신종 리스크를 반영한 제도 정비와 보험상품 개발 방안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보험사와 중개사, 기업 각각의 숙제도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상품제조자인 보험회사는 최근의 제도변화와 새로운 리스크 출현에 따른 기업의 보장수요 충족을 위해 보장항목을 확대하거나 산업별로 맞춤화된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상품판매자 중개사는 단순한 상품가격 비교에서 벗어나 각 기업의 지배구조와 노출된 위험을 포괄적으로 진단하여 고객에게 최적화된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은 임원배상책임보험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신뢰 확보 수단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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