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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사모 크레딧]바이아웃 대신 '크레딧', LP 머니가 움직였다①자본시장법 개정 '10% 룰' 해제, 국민연금 등 자산 독립 배분으로 눈 돌려

윤형준 기자공개 2025-12-08 08:18:09

[편집자주]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이 글로벌과 국내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정비된 이후 국내에서도 대출형·크레딧 전략이 하나의 독립 자산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더벨은 국내 사모 크레딧이 부상하게 된 배경, 크레딧 전문 운용사들의 전략과 시장 확장, 글로벌에서 제기되는 리스크 논의와 국내 파장 등을 점검한다. 한국형 사모 크레딧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향후 과제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1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고금리 장기화 및 경기침체로 전통적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전략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이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데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기관출자자(LP)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사모 크레딧 시장 확대의 기점은 2021년 10월 단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개정안 시행 이전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의결권 지분 1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 이른바 '10% 룰' 규제를 적용받아 대출형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법 개정으로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10% 지분 보유 의무가 폐지되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었다. 경영권 인수 없이도 소수 지분 투자나 메자닌(CB·EB·BW 등), 직접 대출(Direct Lending) 등 다양한 운용 전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는 수치 변화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도 개편 이후 설립된 비경영참여형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약 78개, 약정액은 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2개, 3조5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작년 중 26개 펀드가 1조원을 투자했으며, 소수지분 인수(41%), 메자닌(33.7%), 기업대출(22.6%) 등에 주로 투자했다.



◇LP들의 사모 크레딧 '독립 자산군' 격상

주요 LP들의 자산배분 전략 변화도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LP들은 지난 수년간 해외 사모대출펀드(PDF)에 투자 비중을 높여왔고, 이제는 국내 크레딧 자산에도 눈을 돌리는 추세다. 수익 실현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경기 변동에 따라 회수 불확실성이 커진 바이아웃 투자보다, 정기적 이자 수익을 주는 크레딧 펀드가 포트폴리오 안정성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셈이다.

실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큰손들은 사모대출을 기존 사모투자의 하위 범주가 아닌 독립된 자산군으로 분류해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위탁운용사 선정 시 크레딧 부문에 별도 자금을 배정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4년 1월 기존 대체투자 내 ‘대체전략투자팀+사모대출(PD)’ 방식으로 진행해오던 크레딧 투자를 별도 ‘사모대출투자팀’ 신설을 통해 독립 운영하면서 체계화했다.

아울러 지난해 출자사업에서는 PEF·VC 투자와 함께 신규로 크레딧 펀드 부문을 마련해 총 3500억원을 배정했다. 이로써 사모대출은 물론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전환우선주(RCPS), 교환사채(EB) 등을 포함하는 크레딧 전략 전반으로 투자 영역이 넓어졌다. 당시 IMM크레딧앤솔루션(ICS), 글랜우드크레딧, 큐리어스파트너스가 위탁 운용사로 선정됐다.

행정공제회는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지난 4월 ‘POBA 머니쇼’에서 "부동산 비중을 축소하고 사모신용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행정공제회는 현재 28.7% 수준인 사모신용 비중을 2029년까지 33.5%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다. 실물 자산 투자 리스크를 선순위 담보 대출 위주의 크레딧 투자로 헤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KIC 역시 지난해 사모채권을 주식, 채권, 부동산과 대등한 독립 자산군으로 공식 분리했다. 금리 상승기에도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채권과 달리, 변동금리 구조를 가진 사모 대출은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도 함께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IC는 공동 투자 프로그램 플랫폼을 설립해 우수 GP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모채권 투자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엑시트 난항에 유동성 공급처 부각

제도와 LP의 수요뿐만 아니라 시장 환경 또한 사모 크레딧 시장의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M&A 시장 침체로 엑시트 창구가 좁아지자 유동성 확보를 위한 크레딧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M&A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18% 급감했고, 한국 시장은 같은 기간 2% 감소하는 등 시장이 위축됐다. 기업을 사서 가치를 높여 되팔아야 하는 바이아웃 펀드 입장에서는 출구가 막힌 '동맥경화' 상태가 된 셈이다.

PE 업계 관계자는 “사모 크레딧은 기업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의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제도적 뒷받침과 LP들의 수요, 엑시트 방식의 다변화가 맞물려 사모 크레딧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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