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모 크레딧]'섀도 뱅킹' 경고등, 한국은 안전할까③차주 부실·레버리지 중복 등 지적…국내는 은행 중심·보수적 차주 구조로 우려 적어
윤형준 기자공개 2025-12-11 08:22:56
[편집자주]
고금리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이 글로벌과 국내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정비된 이후 국내에서도 대출형·크레딧 전략이 하나의 독립 자산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더벨은 국내 사모 크레딧이 부상하게 된 배경, 크레딧 전문 운용사들의 전략과 시장 확장, 글로벌에서 제기되는 리스크 논의와 국내 파장 등을 점검한다. 한국형 사모 크레딧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향후 과제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3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 크레딧 시장(Private Credit)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차주 부실 사례가 발생하며 사모대출이 ‘섀도 뱅킹(그림자 금융)’의 새로운 취약 지대로 거론되고 있다. 대출 심사 기준 약화·신규 운용사(GP)의 역량 편차·중복 레버리지 등이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은행 중심의 대출 구조와 차주 특성이 달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팽창한 시장이 남긴 균열, 어디서 비롯됐나
대체투자 정보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2010년 3000억달러(약 440조원)에서 지난해 2조1000억달러(약 3100조원)로 7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S&P글로벌은 사모대출 규모가 2028년까지 3조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의 반작용으로 구조적 리스크라는 그늘이 드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기구와 금융당국,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내놓는 배경이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지난 9월 미 자동차 금융업체 트라이컬러의 파산에 대해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내 안테나가 올라간다.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그 근처에 더 많이 있기 마련”이라며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도미노 부실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실제 JP모건은 이번 트라이컬러 사모대출 거래로 약 1억7000만달러(약 25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잇따라서 부도가 일어난 미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 사례까지 겹치면서 사모대출 업계 전반의 신용심사 허술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세계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사모대출 시장은 불투명하고 상호연계성이 높지만 감독은 제한적”이라며 섀도 뱅킹의 잠재 위험을 강조했다. IMF에 따르면 사모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 가운데 40% 이상이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상태이며, 차입기업들의 신용도 하락이 아직 회계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불투명한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제기되는 글로벌 사모 크레딧 우려의 핵심은 시스템 전반을 무너뜨릴 폭탄이라기보다는 시장 구조가 만들어내는 필연적인 ‘시스템의 패턴’에 가깝다고 바라본다. 특정 섹터 한 곳에서 부실이 폭발하며 금융위기를 촉발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달리, 지금의 사모대출 우려는 시장 팽창 과정에서 형성된 느슨한 대출이 국지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라는 해석이다.
우려의 핵심은 대출 구조의 과열과 신규 GP 증가가 만든 질적 불균형이다. 은행 규제가 강화된 이후 비은행권이 기업대출을 대체하면서 심사 기준이 느슨해졌고, 과거라면 대출이 어려웠을 차주까지 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사모대출 펀드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신규 GP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업력과 심사 역량의 편차가 확대되며 포트폴리오의 신용 등급과 대출 품질을 균질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대형 GP 간의 차주 중복과 다층적 레버리지 구조도 잠재 리스크로 지목된다. 글로벌 대형 펀드들이 동일한 대형 차주에 대출하면서 출자자(LP)들은 분산 투자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제로는 특정 차주에 중복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모대출–대출담보부증권(CLO) 구조화–펀드 차원의 레버리지’ 등 여러 단계가 겹치며 위험이 특정 구간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부 사기성 대출 사례가 드러나는 것도 시장의 급팽창 속에서 형성된 취약성이 표면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하지만 국내 시장은 글로벌에서 제기되는 우려와 구조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가장 큰 차이는 대출 시장의 기반이 은행 중심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기업대출의 절반 이상이 비은행·사모 시장에서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80% 이상이 은행권을 통해 공급된다. 심사 기준과 대출 관행이 수십 년간 축적된 은행 기반 구조에서는 미국식 과열 경쟁이나 위험 차주 대출 확산이 단기간에 발생하기 어렵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 성향도 글로벌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 기관들은 투기등급 차주에 대한 직접 대출 비중이 거의 없고, 실물담보·선순위 중심의 보수적 구조를 유지한다. 미국처럼 서브프라임 소비자 대출이나 다층 구조화 상품이 확대된 시장과는 차주 구조·상품 구조 모두에서 간극이 존재한다. 국내 크레딧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 담보 대출, 인수금융, 선순위 기반 메자닌 등 상대적 안정성이 큰 전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국내 사모 크레딧 시장은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에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아직은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내 LP 관계자는 “글로벌처럼 우리나라는 수백조원 규모의 펀드가 중첩된 구조도 아니며, LP·GP 모두 시장 탐색을 병행하며 점진적 확장을 시도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는 글로벌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차주 중복, 신규 GP 급증, 중복 레버리지 같은 현상이 재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해외 포트폴리오 비중이 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의 간접적 영향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라지캡 차주 중심의 사모대출 펀드가 조정기에 들어갈 경우, 한국 LP들도 글로벌 펀드 익스포저 점검·리스크 관리 강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결국 국내 시장은 글로벌 우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성장 초기 단계인 만큼 GP 역량 검증, 분산투자, 대출심사(언더라이팅) 기준 고도화 등을 선제적으로 정착시키는 작업이 향후 지속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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