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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재설계]'2년차' 맞은 D&O 공시, 답변은 기업별로 중구난방④'가입 안했고 계획도 없다'는 기업 vs 피보험자 범위·보험료·보장한도까지 공개

허인혜 기자공개 2025-12-10 08:24:46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논의 등으로 이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소송 방어를 둘러싼 시장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사회 감시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이사를 보호할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사의 의무는 무거워졌지만 국내 D&O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벨은 국내 D&O의 현주소와 변화 흐름을 짚고, 법조계·학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와 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상장사는 지난해부터 임원배상책임보험(D&O) 가입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이제 공시만으로도 가입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세부 정보값은 아직 들쭉날쭉하다. 여전히 공백이 적지 않은 기업이 있는 반면 해외나 금융사 사례에 근접한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곳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24년과 2025년 공시에 담긴 D&O 관련 내용을 비교해 상장사들의 공시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살펴봤다. 또 단순한 가입 여부를 넘어 전문가들이 어떤 항목들을 체크포인트로 짚었는지도 함께 정리했다. 해외 기업들은 외부 자금을 유치할 때도 D&O 가입 여부와 보장한도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업계의 전언도 나왔다.

◇D&O 공시 2년차 맞았지만…'Yes or No'만 기재

금융위원회는 2023년 10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3차 개정을 통해 D&O 가입 여부와 그 내용을 의무 공시하도록 했다. 대상은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상장사로 2024년부터 시행됐다. 2024년, 2025년 공시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는 배경으로 이사의 충실한 역할 수행을 지원하기 위한다고 적었다. 이사의 노력이 보수 결정과정에 적절히 반영되는지, 이사를 지원하기 위해 임원배상책임보험 제도를 활용하는지를 공시하도록 해 지원책 강화를 유도한다는 계산이다.

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열어보면 대부분 가입 여부만 명시하고 있다. 질의 자체가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라서다. 이 항목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원칙 7 '이사회는 기업과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경영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의 하위 질의로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포함한 이사회 평가에서 국내 톱티어 기업이다. 다만 임원배상책임보험가입여부 항목에서는 "당사는 임원의 업무수행 중 발생하는 주주 및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부당 고용 행위 등으로 인해 회사 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청구되는 손해배상책임을 담보 목적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을 매년 갱신 가입하고 있다"로 간단하게 명시했다.

이 설명도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꽤 상세한 편이다. '가입하고 있다' 등으로 설명을 끝낸 기업도 많았다. 일부 기업은 D&O에 가입하지 않았고 대체 대응책이나 향후 계획도 없었다.

금융위는 '가입여부 및 남용방지 정책'까지 공시하도록 했지만 남용방지 정책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도 여럿이다. 공시가 기업별로 제각각인 데다 질의의 기준점인 가입여부는 글로벌 시장 대비 기업의 D&O에 대한 정보값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 등 모범사례도…"해외에선 외부자본 유치에도 확인"

다만 같은 환경 속에서도 더 꼼꼼한 공시를 위해 노력한 국내 기업도 눈에 띄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기준점이 다른 금융사는 제외하더라도, 지배구조 체계에 대한 기준이 높은 업권이나 기업 자체적으로 거버넌스 선진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곳들은 다양한 정보를 공시에 담았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가입 현황을 공개하는 한편 "당사 및 자회사(50% 초과 지분 보유)의 모든 임원(사외이사, 퇴임임원 포함)과 현대자동차와 겸직 중이거나 파견 주재원을 대상으로 보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담보내용으로는 경영배상책임, 유가증권소송, 방어비용, 주주대표소송 등"이라고 전했다. 면책 항목도 설명했다.

아이에스동서는 피보험자와 가입사, 보험 기간은 물론 보험료와 보상한도의 개별 금액까지 공개했다. 금융사와 견줄 만한 공시다.

아이에스동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임원배상책임보험 공시.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일찌감치 제도가 자리 잡은 미국은 델라웨어 주 등의 회사법에서 임원보상과 D&O 가입여부를 명시하고 기업들이 관련 세부 정보를 별도 공시하는 관행이 있다. 임원 개인마다 'Indemnification agreement(면책 약정)' 체결 여부도 적는다. 소송이 워낙 잦고 판례가 쌓여 관련 규정이 꾸준히 선진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D&O 관련 실무를 경험했던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은 대출 심사에서도 D&O 가입 여부와 그 정보를 은행에 전달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B2B 세일즈를 긴 시간 경험했고, D&O 관련해서는 상품의 개발부터 판매까지 진행했다"며 "또 금융 선진국에서 은행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당시 해외 기업들은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보니 선진금융에 맞도록 기준이 충족돼 있는 지를 먼저 확인했다"고 답했다.

◇'선배' 금융사는 보험료·자기부담금 공개…전문가 체크포인트는

국내 금융사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 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가 의무화됐고 그 안에 D&O 가입 현황을 쓰도록 하면서 공시 체제가 이어져 왔다.

예컨대 키움증권은 가입자와 보험료, 자기부담금, 보상한도액과 함께 보험사고(면책조항)을 모두 적었다. 신영증권은 보험금 한도와 피보험자, 보상범위와 계약기간을 명시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적시했다.

일반 기업들의 공시가 투자자와 이사 후보에게 유용한 자료가 되려면 공개하는 정보를 크게 확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와 해외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만 하다.


더벨이 인터뷰한 로펌의 거버넌스센터 전문가와 법조계, 학계 전문가들은 크게 다섯 가지의 체크포인트를 들었다. 이사 후보들이 기업의 보드 멤버로 참여하기 전 확인해야하는 필수 정보들이기도 하다.

우선 보장의 범위다. 민사 손해배상과 방어비용, 형사와 행정절차 방어비용 등 어디까지 포괄하는 지를 봐야한다. 또 청구기준 구조와 통지 조항이다. 위법행위 면책 조항이 너무 넓지는 않은지, 회사가 우선 방어비용을 내주고 추후 회사가 보험을 통해 회수하는 구조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피보험자가 어디까지인지도 중요한 정보다. 사외이사나 감사 등 어떤 이사까지를 피보험자로 포함하고 있는지다. 추가적으로는 그룹 계열사인 보험사에 가입돼 있는지도 따져보면 좋다. 약관의 꼼꼼함보다는 계열사간 관계성에 따라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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