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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돌 에쓰오일의 변신]유업만으로 한계...석유화학 '체질전환' 필연②정제마진 불확실성·전기차 확산 등 영향…대규모 투자로 대응

정명섭 기자공개 2025-12-12 07:13:43

[편집자주]

기업의 방향은 기술과 자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어떤 지배구조 아래에서 누구와 손잡고 성장해 왔는지가 기업의 체질과 전략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는 에쓰오일의 궤적은 이를 보여준다. 한국-이란 합작 정유사로 출발해 모그룹 쌍용의 해체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독자적인 지배구조와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정유 중심 구조에서 석유화학·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해 온 에쓰오일의 50년 변화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4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의 50년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사업구조의 전환이다. 2010년대 들어 정제마진 변동성 확대와 내연기관 연료 수요 둔화, 글로벌 탄소규제가 맞물려 정유 중심 체제 전환의 필요성이 커졌다.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올레핀 하류시설(ODC) 투자와 샤힌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대규모 투자는 이같은 구조적 환경 변화에 대응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아람코 지분참여로 시작된 '다운스트림' 확장

에쓰오일(당시 쌍용정유)은 1976년 설립된 후 10여년간 정유 외길을 걷다 1981년 윤활기유 제조시설을 상업가동하며 새로운 사업에 처음 시동을 걸었다. 당시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호남정유(현 GS칼텍스) 등 선발주자들에 비해 규모나 네트워크 면에서 열세였던 에쓰오일에게 사업 다각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였다.

본격적인 체질 개선은 1991년 사우디 아람코가 주요 주주(지분 35%)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에쓰오일은 그해 나프타 개질시설,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생산시설 구축을 시작으로 1996년 벙커C크래킹센터(BCC)를 가동했다. BCC는 원유에서 휘발유와 경유 같은 경질유를 뽑고 남은 중질유(벙커C유)를 재처리해 경질유로 만드는 설비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 모델이었다.

에쓰오일은 이어 2002년 석유화학시설인 파라자일렌(PX) 센터, 제2 BCC를 완공, 1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무리해 석유화학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10년대 중반 국내외 정유업계는 단순한 설비 고도화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에 직면했다. 높은 정제마진 변동성, 전기차 보급에 따른 운송용 연료 수요 둔화, 전 세계적인 탈탄소 규제가 맞물리며 정유업의 위기론이 대두됐다.

정유사 수익성의 핵심인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제품 가격의 스프레드에 영향을 받는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제품 수급이 약세를 보이면 마진이 축소되는 구조다. 글로벌 정제마진은 2010년대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와 재고 사이클 등에 따라 호황과 급락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였다. 이 같은 변동성은 정유사들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어렵게 했다.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 트리거 된 2014년 적자

2014년에 리스크가 현실이 됐다. 직전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무산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이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까지 폭락하자 이듬해 에쓰오일은 2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4년 만의 적자이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재고평가손실과 마진 악화가 겹친 결과였다.

수송용 연료 수요 둔화도 정유업계의 고민이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연비 규제 강화, 탄소중립 정책 등이 겹치며 휘발유·경유 수요 증가세가 정체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이후 운송용 연료 수요 증가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고 주요 에너지 기업 또한 내연기관 연료 수요의 피크아웃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주요 오일메이저들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정유 설비 축소와 석유화학 확대로 전략을 선회했다. 미국 엑슨모빌은 걸프코스트에 대규모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공장을 신설하며 화학사업 비중 확대를 공식화했다. 영국에 본거지를 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은 2015년 이후 유럽 정유시설 일부를 폐쇄하거나 매각하고 석유화학·LNG·저탄소 사업을 미래 핵심축으로 설정했다.

이같은 정유업의 불확실성은 에쓰오일에게 포트폴리오 전환의 필요성을 키웠다. 에쓰오일이 2015년 5조원을 들여 RUC, ODC를 지어 석유화학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벙커C유 같은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휘발유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다. 2018년 RUC와 ODC가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서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의 변동성을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으로 상쇄하는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9조2580억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는 이 흐름의 연장선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하는 내년이면 에쓰오일은 에틸렌(180만톤)과 프로필렌(77만톤), 부타디엔(20만톤), 벤젠(28만톤)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정유-화학 복합기업으로 거듭난다. 회사는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비중이 12%에서 25%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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