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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재설계]보험업계 "신규보다 갱신, 활용도 높이고 보상 개선해야"⑥대형사는 이미 가입, 중소·중견은 미미…손해율 낮아 보험료보다 한도·담보 '만지작'

허인혜 기자공개 2025-12-11 08:21:38

[편집자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논의 등으로 이사를 둘러싼 법적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맞춰 소송 방어를 둘러싼 시장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의 중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이사회 감시 기능이 강화된 만큼 이사를 보호할 장치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사의 의무는 무거워졌지만 국내 D&O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더벨은 국내 D&O의 현주소와 변화 흐름을 짚고, 법조계·학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와 기업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0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의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서 보험사 창구에도 기존 임원배상책임보험(D&O) 계약을 어떻게 손볼지 묻는 문의가 선제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은 신규가입보다 이미 가입한 보험의 보장 범위와 한도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기업들의 1차 고민이다.

대형 상장사 가운데 들 만한 회사는 이미 대부분 D&O에 가입했다. 시장 확대의 열쇠는 향후 소송 증가에 따른 보험금 지급·보험료 조정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공통 견해다. 또 소송 등으로 활용도가 늘면 갱신 과정에서 한도와 담보 조건 재설계도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가입률이 낮은 중견·중소기업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큰 회사는 거의 다 들었다…신규보다 '조건 개선' 문의 늘어"

D&O 시장은 이미 대형사 중심으로 포화 상태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증대되거나 특이사항이 있진 않고, 실제 최근 계약은 모두 신규가 아닌 갱신"이라며 "향후에는 시장 규모가 커지고 가입 고객사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가늠잡히는 수치 등은 없는 상황"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픽=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또 다른 관계자들도 "큰 회사들은 거의 다 든 것 같다, 상장사에서 들 만한 데들은 일단 다 들어서 신규 가입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망은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내놨다.

상법 개정이 바로 '신규 가입 러시'로 이어지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만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문의의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답변이 나온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으로 인해 신규 가입에 대한 문의 및 기존 가입자 또한 보상한도액 증액 및 담보조건 개선에 대한 문의사항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년 대비 15% 정도 증가하고 있으며 상법 개정 이후 임원배상책임보험에 신규 가입하거나 한도를 높이려는 기업이 많아 올 4분기 관련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 등 법의 변화로 이사 대상 소송 리스크가 커진 데 따랐다. 양희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의향이 커졌고, 보험업계도 보장 범위 확대, 방어비용 선지급, 주주 간 분쟁 보장 범위 명확화 등 상품 고도화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율은 여전히 양호…보험료는 고정, 한도·담보 '만지작'

보험사들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명확하다. 손해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주주대표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 임원배상책임보험 손해율이 양호하여 리스크 증가 예상분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아직 반영하기 어려운 게 시장 추세"라고 답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소송이 들어와야 D&O를 활용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아 손해율이 낮은 상황에서 굳이 보험사가 먼저 보험료를 올려가면서 손해율을 관리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더디게 움직이는 배경을 두고 보험을 활용했던 레퍼런스와 케이스 자체가 없다고 봤다. 그만큼 실제 보험금이 나간 사례는 드물고,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요율을 크게 손댈 만한 명분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계도 참고할만 하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D&O 보험 계약 건수는 2013년 500여건에서 2023년 1645건으로 10년 새 약 3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수입보험료도 약 2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개별 보험료 자체가 순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대형 상장사를 중심으로는 이미 보편화됐으나,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상법 개정 이후 문의·계약 건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손해율이 낮아 요율 조정이나 급격한 시장 팽창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규 계약이나 요율 인상보다는 기존 계약의 보장 한도와 담보 내용을 다시 들여다보는 쪽으로 상법 개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진단이다.

◇'껍데기 가입'과 실질 보장 사이…공시·집단소송이 향후 변수

시장 확대를 위한 조건은 뭘까. 업계와 전문가들 모두 보험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D&O 가입 기업 중에서도 '껍데기 가입자'가 많다고 전했다. 자기부담금과 보장 구조 때문에 사실상 보험에 가입해도 보장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자기부담금(Deductible)을 1억원 이상으로 설정해놓으면 그 이하의 건은 보상이 되지 않는다"며 "대신 자기부담금을 높이면 그만큼 보험료가 저렴해져 허울만 가지고 가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1000개의 기업이 가입했더라도 제대로 가입한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높게 잡고 보험사는 손해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지만 이사 개인과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껍데기 D&O에 그칠 위험이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가입을 해야 되는 의무보험 위주로 기업들이 가입을 하지 이렇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품은 기본적으로 사업비가 들어가는 거에 대한 그 비용절감을 더 중요성을 느껴서 대부분 가입을 안 한다"고 짚었다.

결국 민사 중심의 흐름으로 활용도를 높이고, 보험의 효율성이 증대하며 개선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투명성과 정책 의무화도 보장돼야 한다고 전문가는 전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기업에 대해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공시를 강화하면 소액주주 권리 보호와 기업 리스크 전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시 대상 기업을 점진적으로 더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견과 중소기업의 가입률이 극히 낮아서다.

소송 환경과 공시 제도의 변화는 이 간극을 드러낼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소액주주 플랫폼과 주주대표소송을 통한 책임 추궁이 늘어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D&O 관련 정보가 쌓여야한다는 시각이다. 이사와 투자자의 시야가 밝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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