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버리니 초기 기업 옥석 가려졌다" [thebell interview]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창업자 친화적 관점 유지할 것"

김나영 기자2015-09-17 오전 8:01:31
"본엔젤스는 스타트업을 바라볼 때 어떠한 편견도 없다. 투자기업의 창업자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보다는 무슨 경험을 했는지를 더 중시한다. 같은 벤처창업자 출신이 만든 벤처캐피탈이기에 이러한 색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이하 본엔젤스) 이사(사진)는 11일 머니투데이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강 이사는 "다행히도 투자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성과가 좋아 앞으로도 편견 없이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

본엔젤스는 초기기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마이크로 벤처캐피탈로 분류된다. 본엔젤스가 처음 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당시는 공동창업자인 장병규 대표의 엔젤투자에 가까웠다. 본격적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한 것은 4~5년 전인 2010~2011년경이다.

당시만 해도 본엔젤스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은 많았다. 초기투자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제2의 벤처투자 붐으로까지 불리는 훈풍도 없었다. 오히려 벤처캐피탈 중 폐업하는 회사들이 눈에 띄던 다소 침체된 시대였다.

강 이사는 "주변에서 주로 묻던 것은 '초기단계에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중에 투자회수(엑시트)는 어떻게 되겠느냐', '투자금도 개별기업당 3~5억씩 쪼개면 그게 언제 수익을 보겠느냐', '한 펀드에서 몇십 개 기업에 들어가면 전부 관리가 이뤄지겠느냐'와 같은 걱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우려를 딛고 현재의 본엔젤스는 초기투자의 '맏형' 벤처캐피탈로 자리잡았다. 설립 파트너들의 창업 경험을 살린 창업자 친화적 관점의 투자가 주효했던 것이다. 창업자에게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은 먼저 다가가 헤아렸다. 조력이 필요한 파트에는 알맞은 인사를 물색해 합류시키기도 했다.

강 이사는 "투자기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벤처캐피탈의 길을 택하면서 수익도 자연스럽게 늘었다"면서 "창업자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기술적인 트렌드의 변화나 유저들의 새로운 니즈에도 맞춰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본엔젤스가 바라보는 초기투자 영역의 특징은 무엇일까. 강 이사는 "처음 창업자들은 자신이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우리도 창업을 해봤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 "투자도 재무제표와 같은 수치에서는 절대로 답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도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사 심사역으로 창업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선별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강 이사는 "파트너 3명 중 2명이 창업 경험이 있어 기업문화 자체가 창업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라며 "심사역 역시 투자 경험이 없더라도 창업 경험이 있다면 그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과감히 채용한다"고 말했다.

창업자에 대한 예우는 본엔젤스의 기업문화에서도 나타난다. 본엔젤스에는 여타 국내 벤처캐피탈에는 없는 내부예비창업자(Entrepreneur In Residence, EIR) 프로그램이 있다. EIR은 회사에 소속된 상태에서 내부 지원을 받으며 독립된 창업을 준비하는 형태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이다.

EIR의 대표적인 장점은 창업 아이템의 사업성이 좋으면 소속된 회사에서 바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창업을 준비하면서도 회사 내부의 지원을 누리고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예비투자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본엔젤스의 EIR 1호는 '틱톡'의 김창하 매드스마트 대표다. 김 대표는 옛 NHN 개발자 출신으로 본엔젤스로 자리를 옮겨 EIR이 됐다. 김 대표가 '틱톡'을 개발해 매드스마트를 창업하자 본엔젤스도 여기에 초기투자했다. 이후 매드스마트가 SK플래닛에 성공적으로 매각되면서 김 대표와 본엔젤스는 '윈-윈'을 거두게 됐다.

향후에도 본엔젤스는 EIR을 비롯해 네트워킹이나 멘토링 세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네트워킹 세션은 본엔젤스의 투자기업 창업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이미 정례화했다. 멘토링 세션은 투자기업 중 선배 창업자와 후배 창업자를 매칭해 보다 확실한 조언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강 이사는 "조직 자체가 수평적이고 유동적이다보니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그에 맞는 성과를 거두려고 하는 분위기"라며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의미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초기투자 영역에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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