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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을 위한 제언 ⑥ 정치세력으로 변질된 노조 변화해야

김현동 기자공개 2013-08-07 09:50:13

이 기사는 2013년 08월 06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낯설게 하기'로 유명하다. 관객의 몰입을 방해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극중 현실에 비판적 거리를 두도록 하는 기법을 말한다. 가령 극의 말미에, 배우가 관객에게 "여러분, 현실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겠죠"라고 말하는 식이다.

'낯설게 하기'는 연극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하고 친숙한 일상에 거리를 둠으로써,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의 사물들을 낯선 것으로 체험할 수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4일에서야 이건호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풀었다. 그 사이 이 행장은 취임식을 열지 못했다. 역대 국민은행장 가운데 취임식을 열지 못한 행장은 이 행장이 유일하다. 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초까지 행장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낙하산 인사 철회와, 채널 간 균형을 무시한 인사 취소였다. 외부 출신 행장은 안 되고, 특정 채널 위주의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행장은 노조의 사퇴 요구에 대해 "우리는 원래 한 가족이다"라고 답했었다. 채널 위주 인사에 대해서는 "나는 채널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3년 내내 밖에 있는 한이 있더라도, 타협하는 일은 없다"고도 했다.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채널 간 나눠먹기 식 인사를 지양하고, 인사 청탁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국민은행 내부에는 3대 마피아가 있다고 한다. 노조, 인사부, 영업기획부 출신 인사들이다. 노조는 과거 낙하산 반대 투쟁을 벌이다가, 투쟁을 접는 대가로 자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한다. 다수의 노조위원장 출신 영업본부장이 그 사례다. 최근 노조위원장 출신 A 지점장은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의 강경 투쟁을 부추겼다는 소문도 있다. 인사부는 내부 인사 정보에 대한 독점권을 이용해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정보 독점을 통해 인사부 출신은 군림하는 존재였다. 국민은행의 1200개 점포를 관리하는 영업기획부는 승진의 필수 코스다.

사실 국민은행 노조의 낙하산 반대 투쟁은 금융계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채널 인사를 둘러싼 투쟁 역시 친숙한 이벤트에 가깝다. 그런데 노조가 낙하산을 핑계로 자리를 요구하고, 채널 갈등을 핑계로 나눠먹기 식 인사를 하고 있다면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행 노조의 강경 투쟁 이면에는, 연말 노조위원장 선거라는 정치 변수도 자리잡고 있었다.

비판세력으로서의 노조가 비판받는 세력의 행태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노조 역시 조직의 미래나 직원 복지보다는, 채널 간 이해득실과 정치적 계산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낯설게 하기'를 통해 비판세력으로서의 노조의 재탄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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