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08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혜택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일부 중견기업에만 유리해보이는데, 혹시 정치권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중소기업 대표 A씨가 격양된 어조로 말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지난달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공청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날 중소기업청은 명문장수기업의 세부 선정 기준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업력 30년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적·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하겠다는 기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것이다. '성장사다리 구축'을 기대한 정부와 달리 참석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명문장수기업의 자격 요건은 업력 30년 이상이다. 2012년 기준 중소·중견기업은 총 538만 개다. 그 중 30년 이상은 7만 3600여개로 전체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업력 10년 이상의 기업은 전체의 26.5%다. 즉, 가업상속에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 중 대다수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나 학계 전문가들은 자격 요건을 업력 20년 이상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최소한 업력 20년 이상 30년 미만에 해당하는 기업들에게도 세제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해줘 형평성을 맞추자는 요구였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명문장수기업의 위상이 떨어지고, 부자감세 이슈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30년 미만인 기업들도 자연스레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명문장수기업센터를 만든 데다, 5개 전문기관을 업무 협약기관으로 선정한 만큼 업력 30년이 되기까지 수년에서 십여 년을 남겨둔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명문장수기업의 선정 기준을 맞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명문장수기업이 되려면 7년간 정규직 근로자수를 꾸준히 유지하고, 5년간 연구개발비(R&D) 투자 비중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사회공헌에도 앞장서야 하고, 임직원 인권존중 및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여력이 없다 보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곳에 많은 비용을 들이기가 더 힘들다. 특히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IT기업의 경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수년 뒤의 일을 지금부터 준비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문이다. 설사 명문장수기업이 됐다 해도 얼마나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명문장수기업의 최대 이점은 세제 혜택이다. 최근 상증세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단기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장기적으로 세제 지원은 동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유망 기업을 골라 명문으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이미 명문인 기업을 골라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금의 선정 기준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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