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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상생문화를 배우자

이승호 차장(벤처투자팀장)공개 2015-07-09 07:00: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7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곧 상실될 위기다. 10년 후 뭘 먹고 살지 암담하다"

산업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벤처캐피탈 최고경영자들의 한탄에 가까운 말이다.

벤처캐피탈은 기업의 창업과 성장, 기업공개(IPO), 다시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벤처생태계의 모든 단계에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하는 산업을 보면 2~3년 후 국내 산업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쉽게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이미 3~4년 전부터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및 서비스 뿐 아니라 전기·기계 관련 제조업 투자를 대폭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지난해 901개 기업에 총 1조6393억원을 투자했다. 벤처붐이 불었던 2001년 이후 최고치였다.

문제는 어떤 산업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느냐다. 업종별 투자비중을 보면 ICT 23.6%, 바이오/의료 17.9%, 영상/공연/음반 17.0% 등의 순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ICT 투자는 전년대비 감소 14.3% 감소했다. 전기/기계/장비 및 화학/소재 등 전통 제조업의 투자도 27.4%나 줄었다.

벤처캐피탈들이 산업의 근간인 ICT와 제조업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이들 산업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이 분기실적을 발표하면 곧바로 공급단가 인하 협상을 진행한다. 제조원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률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 협력사들간의 경쟁에서 살아 남은 회사는 다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대기업들의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기식' 원가절감 노력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켰고, 결국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위기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자본은 국내 반도체 설계 및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을 계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피델릭스의 최대주주는 중국 동심반도체유한공사로 변경됐고, 제주반도체 역시 윙챔프인베스트먼트리미티드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중국 자본이 기술력 있는 국내 기업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과 유럽의 기술이 일본으로 이전됐고, 다시 한국으로 넘어 온 것처럼 중국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A 벤처캐피탈 대표는 "중국시장에서 소비되는 연간 반도체 메모리의 소비량은 20조원에 이른다"며 "중국 정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고, 반도체 설계 능력이 있는 한국 기업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반도체 공정기술은 한국을 상당부분 따라 잡았지만, 설계기술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며 "설계 능력이 있는 한국 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한 중국측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핵심 기술들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이전되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 흐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상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B벤처캐피탈 대표는 "국내 대기업은 협력사의 R&D 비용에 대한 지원에 인색할 뿐 아니라 개발한 기술이 100% 완벽할 때까지 채용하지 않는다"며 "반면 중국의 경우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대기업들이 직접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해당 기술을 100% 단계로 끌어올리며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싸구려, 만만디 등으로 불렸던 중국 관련 이미지는 이미 최첨단, 스피드로 변해가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간 상생문화는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 상생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형식을 벗어나 실질적인 상생문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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