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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우등생 중국의 비결 [thebell desk]

이승호 차장(벤처투자팀장)공개 2015-08-06 11:40:12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갑작스런 비로 인해 호텔 입구에서 한참 동안 택시를 기다렸지만 퇴근 시간대와 겹치며 곤란을 겪었다. 한국 같으면 호텔 입구에 일반 택시뿐 아니라 모범택시까지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을 법 한데, 중국은 아니었다. 설상가상 손님을 내린 택시도 예약자가 있는지라 기다리는 사람을 태우지 않고 그냥 호텔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일행 중 한 명이 중국 시장에서는 기다려봐야 소용없다며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주문을 했다.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고급 수입자동차가 호텔 앞에 멈첬고, 다행히도 일행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왜 택시가 아니라 일반 승용차를 탈까. 순간 '나라시'(택시면허 없이 영업을 하는 자가용의 속어)가 떠올랐다. '나라시'라면 허가 없이 영업을 하니 불법인데 베이징시 한복판에 있는 대형 호텔 앞에서 가능할까.

내비게이션에는 출발장소와 목적지, 거리, 교통상황과 주행시간, 실시간 주행요금 등이 상세하게 표현되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운전기사는 스마트폰을 내밀며 요금을 확인시켜 줬고, 일행은 택시요금에 웃돈 20위안을 추가해 결제버튼을 눌렀다. 현금 없이 택시요금 지불이 일순간에 끝나버렸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가 중국시장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일행이 탔던 자동차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차량 공유서비스 업체인 택시 앱 '디디콰이디(滴滴快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디디콰이디는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다처와 텐센트가 투자한 디디다처가 지난 2월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현재 중국 콜택시 앱 시장의 78%를 장악한 중국 택시 앱 1위 업체로 성장했다.

한국시장에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택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호출하든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택시가 달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길가에서 기다리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지인이 안전하게 귀가했는지, 어떤 택시를 이용했는지 등을 모두 앱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리성과 안전성까지 보장된다.

아쉬운 점은 택시 호출만 될 뿐 요금 결제 등은 기존 방식대로 해야 한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 있어서 한국이 중국보다 뒤쳐진 것이 현실이다.

핀테크(FinTech)는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를 의미한다. 금융서비스의 변화로는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 대표적이다. 최근 사례는 모바일뱅킹과 앱카드 등이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스템, 핀테크산업이 IT·인터넷 강국인 한국을 앞지른 원동력은 뭘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수용하고 존중하는데서 답을 찾는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경우 사회적 변화가 큰 산업이 탄생하면 기존 산업과 공정하게 경쟁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장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지켜본다"며 "만약 정부가 나서야 할 경우 최소한의 규제로 시장의 자율기능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한국 정부는 산업이 태동하기 전부터 기존 산업과의 이해 충돌을 걱정하고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기존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정 이해집단의 목소리를 너무 경청한 나머지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꽃을 피울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방침에 맞춰서 인터넷전문은행을 하겠다는 곳이 많다. 기업들은 자유로운 미국방식을 바라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가장 보수적인 유럽방식을 모델로 보고 있다. 규제를 완전히 풀어서 정면돌파할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만 특별취급하는 조항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이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핀테크의 정의는 '새로운 IT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이다. 그럼 이 정의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보자.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핀테크 산업이 태동하려면 금융당국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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