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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특수은행]'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농협은행②]중앙회-금융지주 종종 갈등..'견제'보다 '장악'

윤동희 기자/ 안경주 기자공개 2016-01-12 10:00:31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8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특수은행들이 풀지 못하는 고질적 난제 중 하나는 '보수적 조직문화'다. 농협은행도 다르지 않다. 국가의 간섭이 많다보니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늘 '외풍'이 심했다. 임직원 입장에선 '특수은행'이라는 탄탄한 조직 안에서 안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풍랑으로 언제 흔들릴 지 모르는 배 안에서 안정감은 항상 불안감을 수반했다는 점에 농협은행의 고민이 있다.

이경섭 신임 농협은행장은 최근 취임사에서 "영업본부의 비효율, 중간만 하자는 적당주의, 연공서열과 지역안배, 느리고 둔한 조직문화 등 타파해야 할 인습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며 "겉모습은 일반 은행과 같지만 경영방식은 아직 중앙회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조직문화는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안주하는 경향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외풍에 취약한 지배구조

농협은행이 외풍에 취약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지 않지만 '중앙회-금융지주-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인해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농협은행장은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에서 선임한다. 자추위는 2인 이내의 사외이사, 2인 이내의 집행간부, 농협중앙회장의 추천을 받은 1인으로 구성한다. 자추위 위원장은 농협중앙회장의 추천을 받은 김영기 동대전농협 조합장이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농협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특히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그룹 인사에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영진을 견제해 줄 은행 이사회는 농협중앙회와 관료 출신 인사(관피아)가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농협은행의 사외이사는 김정식, 문창모, 강상백, 김국현, 김주현 등 5명이다. 행정자치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관(官)계 인사가 주를 이룬다. 비상무 이사 자리도 2개가 있는데 모두 중앙회 출신 인사 차지다.

농협은행 사외이사
(2015.11 기준)

제대로 된 견제를 하기 어려운 지배구조 아래에선 힘의 균형보다 불균형 현상이 드세지게 된다.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경향이 생기곤 하는데, 농협은행 역시 비슷한 사례가 없지 않다. 예컨대 농협은행장의 발언권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농협은행 조직원들은 유력 인사의 입김 아래 놓이는 경우가 있고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과거에도 견제의 불균형 속에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농협은행 의사결정에 더 작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를 검사할 권한을 법적으로 갖고 있다. 농협법에서는 농협중앙회가 자회사를 지도·감독하고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놨다. 농협중앙회가 경영진 평가부터 경영현황까지 직·간접적으로 간섭할 여지가 열려있다.

종종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가 갈등을 빚는 이유도 이런 법적 권한과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이다. 2012년 농협금융지주 설립 후 현재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3번이나 바뀌었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농협중앙회장과 금융지주 회장간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올해 1월 새로운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되면 새로운 갈등 요소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농협은행의 내부 분위기가 내부출신 인사 기용은 물론 철저한 성과주의로 조직을 운영하는 시중은행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 행장이 조직의 구태를 타파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은 떨어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타 은행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볼 때는 회장의 전횡이라든지 행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여부를 확인하는데 농협의 경우는 지주사가 너무 기를 못 피는 게 문제"라며 "중앙회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에게 흔들리는 악습 반복…실력있는 직원 설자리 잃어

국회의원들은 대놓고 '지역안배'를 이유로 임원을 선임할 때 지역출신을 뽑아달라고 얘기한다. 농협은행만의 특수성 때문에 '지역안배' 요구가 적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사실 이런 인사 요구는 국회의원의 월권 행위이고 금융회사 건전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어서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은 농협금융 임원 인사 등에서 지역별 편중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는 뒤집어보면 국회의원이 국정감사라는 공식석상에서 대놓고 인사청탁을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역안배를 이유로 특정지역 출신의 임원을 늘려달라는 얘기는 매년 나온다"며 "지역의 반발을 막기 위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단행된 농협은행 부행장 승진 인사도 이 같은 지역안배가 반영됐다. 오경석(경기)·박태석(전북)·김형열(경남)·박규희(경북)·서기봉(전남) 부행장의 출신지역이 다 다르다. 오병관 금융지주 부사장(대전)과 허원웅(강원)·정성환(경남) 상무 등 금융지주 임원인사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지역안배가 이뤄졌다.

문제는 지역안배로 인해 실력있는 직원들이 중용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농협금융지주의 한 퇴직 임원은 "지역안배는 농협의 모든 인사에 적용된다"며 "정작 실력이 좋은 직원은 뒷전으로 빠지고 지역에 배정된 몫이라는 이유로 임원으로 발탁되는 일이 종종 생기는 만큼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농협은행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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