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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투자의 옥석 가리기 [thebell note]

김나영 기자공개 2016-05-26 06:46:21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5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목적투자가 정보통신기술(ICT)인 벤처투자조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같은 신기술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그리도 외쳐온 핀테크(FinTech) 등은 말할 것도 없다. 문제는 ICT로 보기에는 다소 엉뚱한 것까지도 조금의 연계성만 있다면 주요 투자종목으로 엮어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투자조합에 우리가 생각하는 농식품만 투자종목으로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가 들어가도 되는 것은 물론 때로는 일반 음식점이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도 한다. 주류를 함께 취급하더라도 지하층이 아니거나 이른 저녁 판매가 아니라는 단서를 달면 통과되곤 한다. 간혹 유한책임출자자(LP)들이 실사를 나올 일이 있다면 그 때만 주의하면 된다.

#문화콘텐츠펀드 중 영화투자의 경우 1년~1년반이면 투자부터 회수까지 전 과정이 완료된다. 이 중에는 초기부터 리드해서 들어가 함께 동고동락한 작품도 있다. 반면 후기에 제작사 얼굴 한 번을 안 보고 그저 퀵서비스로 날아온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투자한 곳도 있다. 가끔 이렇게 얻어걸린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수익률이 좋아 칭찬이 이어지면 민망할 정도다.

실제 투자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탈 대표와 임원들이 털어놓은 속내다. 주목적투자가 아닌데도 엮을 수 있는 불합리성, 포트폴리오에 들어가기 힘든 종목의 편법적인 합류 사례, 대박을 터뜨린 영화 뒤에 가려진 우연성 등.

이 같은 문제점들은 결국 벤처캐피탈의 본질적인 투자가 어떤 것을 지향하고 지양해야 하는지를 반영하는 지표가 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현실 속 투자행태를 선뜻 개선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눈에 보이는 수익률 때문이다. 같은 300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 A,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25%의 수익률을 올렸고 B는 기준수익률도 넘지 못하는 3% 수익에 그치고 있다면 어떠할까. LP가 아닌 일반인들조차 A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평가의 귀결점은 결국 수익률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책성이 뚜렷한 벤처캐피탈 투자만큼은 과정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투자의 결과만 놓고 보기에도 급급할 뿐이라 편법에 대한 바로미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혈세인 정책자금이 투입된다면 납득할 만한 중간 척도가 보다 촘촘하게 짜여야 하지 않을까. 수익을 토대로 한 칭찬과 별개로 과정에서 빛나는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벤처캐피탈업계의 시각이다. 현실적으로 다소 힘들고 요원한 길이겠지만 이러한 시도 하나하나가 업계의 토양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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