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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선박펀드 활용도 첩첩산중 부채비율 기준 달성해도 유동성 검증필요

윤동희 기자공개 2016-06-22 09:30: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1일 18: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채권자 합의와 용선료 조정에 성공한 현대상선이 선박펀드 활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가 부채비율 400% 이하 달성시 약속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지원안이다. 다만 당초 선박펀드 조성 시 계획했던 것과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어 실제 선박펀드를 사용해 발주를 하기 위해서는 회사와 펀드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증권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에 숨이 트인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부채감축을 단행한다고 선박펀드의 신용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최근 국내 조선소와 접촉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 간의 의견 교환일뿐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은 없지만 대규모 출자전환을 앞에 둔 상황에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지난 10일 5300억 원 규모의 용선료 조정에 성공하며 정상화에 한발짝 다가섰다. 얼라이언스 재가입만 완료되면 1조 3000억 원 수준의 출자전환이 이뤄진다. 1조 원이 넘는 빚이 주식으로 전환,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진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3분기 중에는 완료될 전망이다. 용선료 인하로 영입이익률이 올라가는 효과까지 따지면 채권단이 예상하는 현대상선은 올해 말 부채비율은 200% 선이다.

현대상선이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선박펀드를 통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제24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한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 안건을 공개했다. 이 안에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계획안이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BBC(Bare Boat Charter) 방식으로 선박 신조를 지원하는데 운임계약 종료 시 잔존가치에 대한 위험부담을 해운사가 지지 않고 투자자가 지도록 하는 게 특징이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 4개 정책기관은 지난 3월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참여 기관은 산업은행을 필두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은캐피탈 등이다. 지원조직은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실무지원반'이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며 부산에 위치한 해양금융종합센터 내에 설치된다. 간사 역할은 출자지분이 가장 많은 산업은행이 맡고 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꿀'과 같은 제안으로, 다만 하나의 조건이 걸렸다. 해운사가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더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표 아래 나온 프로그램인 탓이다.

주목해야 하는 건 당시 이 조건을 설명하던 당국의 뉘앙스다. 당국은 단순히 부채비율만 낮추기를 요구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선박 신조프로그램을 설명하던 금융위 관계자는 "조선사와 구별되는 해운사의 특징은 주인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지원을 위해서는 계열주의 최소한의 성의표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동안 정부는 해운업에 대해 전폭적으로 자금지원을 해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공식적이지는 않았지만 부채비율 400% 달성은 그룹사(주인)의 신규자금 지원에 대한 압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당국발로 '8000억 원의 지원금'이라는 숫자가 나온 게 그 증거다. 지난해 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400%의 부채비율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로 유치해야 하는 자금은 각각 8000억 원, 6000억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부채를 감축하거나 계열그룹의 자금을 끌어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주주배정이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국의 의중이었다.

하지만 선박펀드를 구상하던 때와 6개월 여가 지난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말 당국이 기대했던 것은 정상 기업의 자구 노력으로 부채비율 400%를 달성할 경우였다. 현재는 두 회사 모두 자율협약을 신청해 채권단 관리아래 들어갔다. 이들을 선박펀드 지원 대상의 조건인 '정상기업'으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또 부채비율 400%를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초 당국이 예상한 유상증자를 통한 부채비율 감축이 아닌 출자전환을 거친 결과다. 신규자금 유입은 없다. 해운사가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내려가도 실제 회사에 일정수준의 유동성이 없다면 선박펀드에 대해서도 디폴트를 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나마 현대상선은 1조 2000억 원 가량의 현대증권 매각 대금이 있어 중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위험은 크지 않다.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체납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부동산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할 뿐 그룹사의 지원은 요원한 상태다. 이럴 경우 회사가 용선주, 사채권자 합의를 얻고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선박펀드의 금융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게 된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펀드와 관련해 현대상선과 펀드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모여서 논의한 적은 없다"며 "선박펀드가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펀드 지원 시 회수 가능성, 즉 회사의 유동성을 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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