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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B 완화' 우량기업 다수 포함..공모채 구축 위기 AA급 기업 일부도 수혜…사모채 디스카운트도 미미. 당국 안일한 접근

임정수 기자공개 2016-06-30 09:10: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8일 1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회사채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 참여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공모채 시장 구축 효과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공모채 발행이 가능했던 상당 수의 기업들이 QIB 시장에서 사모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QIB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등의 의무가 면제된다.

금융 당국은 최근 QIB 전용 채권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QIB 전용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을 자산 규모 5000억 원 미만에서 2조 원 미만으로 자격 기준을 낮추는 내용이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QIB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산 2조 원 미만으로 기준을 잡을 경우 QIB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의 수가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A급 기업의 상당 수와 AA급 기업 일부까지 QIB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공모 회사채 시장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용등급을 부여받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A급 기업 108곳 중 72곳이 올해 3월 말 기준 자산 2조 원 미만 기업에 해당된다. CJ CGV(A+), LG생명과학(A+), 대웅제약(A+), 동원F&B(A+), 한미약품(A+) 등의 기업들이 포함된다.

녹십자, 동원산업, 서브원, CJ오쇼핑 등 자산 규모는 적지만 신용도가 우량한 AA급 기업들까지도 QIB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QIB를 활용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과 기업실사, 수요예측 등 공모 회사채 발행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 신용등급 또한 국내 3개 신용평가사 중 1 곳에서만 받으면 된다. 2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하는 공모 회사채에 비해 신용평가 부담도 적다.

IB업계 관계자는 "QIB 자격 완화는 사실상 공모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상당 수의 기업들에게 증권신고서 제출과 수요예측 등의 공모 회사채 발행 절차를 면제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QIB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제 완화책이 공모 회사채 시장을 구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QIB의 경우 사모로 발행되기 때문에 공모채에 비해 발행 금리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QIB 채권 발행 자격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공모채 발행이 가능한 기업들이 조달 금리가 높은 QIB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공모채 시장 구축 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의 생각이 안이한 판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동안 QIB가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기관투자자 투자 가이드라인에 적합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채권이 QIB 시장에서 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AA급 기업이나 A급 기업이 QIB를 활용할 경우 발행과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공모 발행 때와의 금리 차별화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QIB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 군과 공모 회사채 수요에측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QIB를 통해 투자한 채권은 사모채와는 달리 전매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 리스크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QIB를 통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공모로 발행할 때보다 발행 금리가 1~2bp 정도 높게 형성되더라도 기업 입장에서 공모 절차나 신용평가 부담이 완화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면서 "당국 예상보다 공모채 시장 구축 효과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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