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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정점…승계 디딤돌 '변화와 도전' 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1년]③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과제, '붙이고 떼고' 소용돌이 가능성

김장환 기자공개 2016-09-01 08:34:05

[편집자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당시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구도 등과 맞물리며 재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계기로 지난 1년간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되짚어 보면서 현주소와 미래, 남은 과제 등을 다각도로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16년 08월 31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건희 회장 자제들에 대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필연적인 절차로 여겨졌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불가피했다.

삼성그룹이 2014년 소위 '1차 빅딜'로 불리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 합병에 돌입하자 시장에서는 이 같은 관측을 기반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불과 1년 만에 이를 현실화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만으로 대주주의 경영권 이양과 관련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삼성물산이 실질적 지주회사로 올라선 것은 맞지만,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안정적 수준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보다 강화시켜야 한다.

이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자제들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제일모직과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율을 17.08%까지 끌어 올렸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각각 5.47%대까지 지분이 확대됐다. 향후 증여가 예상되는 이 회장 보유 지분(2.84%)까지 합치면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배 지분율은 30.86%에 달한다.

정작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아직까지 약하다.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4.18%.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고려했을 때 삼성물산이 지분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1주당 가격만 164만 원에 달한다. 6월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2조 6139억 원)을 모두 쏟아 부어도 살 수 있는 주식이 159만 4000주, 지분율로 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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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대를 위해 회사를 쪼개고 붙이는 또 다른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가장 그럴듯한 밑그림은 바로 삼성전자 인적분할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누고, 후자를 삼성물산에 갖다 붙이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삼성물산은 투자회사가 들고 온 삼성전자 자사주를 그대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지분율만 12.5%에 달한다.

다만 이 같은 절차를 완료하더라도 오너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은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투자회사를 흡수해 자사주를 가져와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직접 보유 지분+자사주)이 2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직접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합해도 지분율이 4% 미만이다. 삼성전자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삼성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방편은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일단 삼성물산과 합병을 단행하기 전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급격히 늘리는 방안이 있다. 합병 후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주주의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늘릴 수 있다.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즐기던 방식이다. 여유를 갖게 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배당금 등을 적극 활용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이 같은 과정 완료 후에는 삼성물산이 직접 삼성전자 사업회사 주식을 늘려나가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물산 역시 돈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재원 마련 목적으로 특정 사업부 매각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동안 소문이 지속됐던 주택사업부만 팔아도 수 조 원대 자금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주택사업부 매각은 건설 자체를 지속해서 끌고 갈 필요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정이다. 이 경우 그룹 내 또 다른 건설 회사에 남겨진 사업부를 갖다 붙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주택사업 매각은 삼성물산이 꾸준히 부인해왔던 사안이다.

결국 1년여 전 마무리 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앞으로 있을 더 큰 소용돌이의 예고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절차들이 앞으로도 산적해 있고, 또 그룹이 처한 현실을 봤을 때는 단기간 내에 이 같은 과정들이 진행될 여지가 크다.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그룹의 핵심 축이 된 삼성물산은 과거 1년 보다, 향후 몇 년 동안 더 큰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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