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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관료에서 사모투자업계 루키로 KL&파트너스 김기현 대표

권일운 기자공개 2016-09-28 09:14:45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0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현 KL&파트너스(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전도 유망한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이었다. 정부 부처 가운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기 대응 업무를 맡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국장으로,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을 과장으로 모시던 사무관이었으니, 외부에서 보면 "라인 하나는 제대로다" 여길 듯도 싶다.
상반신

그런 그가 문득 20년 뒤 자신을 떠올렸을 때 뭔가 막막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 때 쯤이면 고위 공직자 반열에 올라있어야 할 터인데, 고위 공직자의 운명이 단지 자질만으로 결정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공직을 떠나기로 마음 먹고, 사모투자 업계로 진로를 정했다. 마침 왕성하게 사세를 키우고 있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임정강 대표와 연이 닿아 스틱에 합류하게 됐다.

임정강 대표가 스틱을 떠나 직접 사모투자 운용사를 설립할 때에는 임 대표를 따르기로 했다. 자신을 사모투자 업계로 이끈 임 대표에게 보답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임 대표가 세운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가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뒤에는 독립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차리게 된 회사가 KL&파트너스다. 김기현 대표가 많지 않은 나이에 세 번의 사직, 두 번의 창업을 경험한 사연은 대충 이렇다.

◇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 부인 정주용 씨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김기현 대표가 공직 생활을 그만두겠다고 하자 부처 내에서는 난리가 났다. 부모님 역시도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면서 김 대표를 만류했다. 그런 부모님께 "한 집에 공무원이 둘이나 있을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라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의 형 역시 행정고시 출신으로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 중이다.

가장 큰 의지가 된 이는 평생의 반려자였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김 대표의 배우자는 MBK파트너스에서 상무로 재직 중인 정주용 씨다. 행정고시 최연소 합격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던 정 상무 역시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컨설팅 업계를 거쳐 사모투자 업계에 자리를 잡았다.

정주용 상무는 김 대표가 사모투자 업계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묵묵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사모투자 운용사에 처음 합류한 당시에는 어떻게든 인맥을 넓혀야겠다는 절박함에 사비로 밥과 술을 사느라 월급을 고스란히 날린 적도 숱했다고 한다. 멀쩡히 잘 다니던 스틱과 이스트브릿지를 그만두고, 끝내는 직접 운용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데 대해서도 별다른 타박이 없었다.

◇관료 경험과 민간 감각 결합한 사모투자 운용역으로 변신

어쨌건 공직 생활에 최적화돼 있던 DNA가 하루아침에 '민간 스타일'로 바뀌지는 않았다. 가장 냉혹한 곳 중 하나인 사모투자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약점을 최소화하기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하는 쪽이 낫겠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가 처음 합류했을 때 스틱은 한국정책금융공사(지금은 KDB산업은행에 합병)의 사모펀드 출자사업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때 자신이 속한 부처에서 관리하던 산하 기관이었지만, 엄연히 갑을 관계가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때 그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정부 기관의 의중을 반영한 운용 전략을 수립하고, 최적의 구성을 갖춘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스틱이 정책금융공사 펀드 운용사로 낙점받으면서 김 대표는 펀드레이징 측면에서 상당한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래도 투자기회 발굴(딜 소싱)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다. IB를 포함한 자문사 쪽 사람들을 통한다고 해도 실제 투자를 성사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규제 쪽을 파보기로 했다. 예컨대 상속이나 증여 이슈가 있는 기업의 경우, 관련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를 수립해 투자를 제안하는 식이다. 참신한 구조를 가미한 덕분에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맞지 않아 무산됐던 투자 기회가 되살아나는 일이 꽤 많았다고 한다.

◇KL&파트너스,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 체제를 구축한 사모투자 운용사

이스트브릿지에서 1호 펀드 조성과 투자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에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싹텄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 체제의 투자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본을 대는 주주로서의 파트너가 아닌, 근로자들이 직접 출자한 투자 회사야말로 가장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대규모 자본재가 필요한 제조업은 돈을 낸 사람과 일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지만, 사모투자 산업은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전제한 김 대표는 "사모투자 운용사는 사실상 '노동력=자본'의 등식이 성립하는 까닭에 양질의 노동력을 많이 제공한 파트너에게 이익 배분의 우선권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KL&파트너스는 그래서 말단 운용역까지도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이른바 '캐리'로 불리는 인센티브 지급 계약서를 아주 구체적으로 작성한다. 사모투자 운용사로는 이례적으로 펀드 운용기간 중에 사직하는 운용역에게도 청산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만둘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근무하는 기간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야 펀드 운용 성적이 좋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중국 관련 투자로 트랙 레코드 확보에 총력

KL&파트너스는 중장기적으로는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지 않은 사모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트랙 레코드(Track-record)를 쌓아야 하는 까닭에 수백 억 원 단위의 투자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10곳이 넘는 기관들과 인연을 맺었고, 이들의 자금을 모아 총 3개의 펀드를 조성했다는 것은 그런 과정에서 얻은 성과다.

투자는 일단 중국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중국 기업은 자본력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면모를 나타내고 있고, 기술력도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왔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아직 매니지먼트(경영 관리) 부분은 한국 수준을 따라오기 힘들다 보니 우리와 같은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꽌시'로 불리는 텃세가 심한 중국 사회지만, 10년 가까이 현지에 터를 닦은 지중파(知中派)들의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은 KL&파트너스가 갖춘 경쟁력이다. KL&파트너스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중국 게임사 룽투의 용현비엠과 팝콘TV M&A 역시 이들 지중파의 도움이 막후에서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의 여파로 인해 중국 자본과의 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놓기도 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어쨌건 중국이 시장경제를 지향하기로 한 이상, 공식적인 제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다. 그는 "중국 당국의 행정지도 등으로 인해 당장은 한중 기업간 교류가 차질을 빚을 수는 있다"면서도 "일본이나 미국과의 사례만 본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특정 국가와의 교류를 막아 얻을 명분과 실리는 적다"고 분석했다.

[김기현 대표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 행정고시 재경직(44회)
- 기획예산처 사무관
- 기획재정부 사무관
-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
-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상무
- KL&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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