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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IFC빌딩 거래 뒤에 남는 씁쓸함

김창경 기자공개 2016-10-26 16:30:39

이 기사는 2016년 10월 20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적인 상업용 부동산 거래가 진행 중이다.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 거래가 바로 그것. IFC는 대규모 업무공간과 상업시설을 갖춘 여의도의 랜드마크 부동산으로, 연면적만 50만 5236㎡(15만 2834평)에 달한다.

매도자 AIG는 지난 7월 매입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를 선정했다. 당시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 미국계 자산운용사 인베스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운용사가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중 브룩필드가 가장 적극적인 가격을 써내며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브룩필드는 인수가로 2조 5500억 원을 제시했다. 앞으로도 이 정도 규모의 거래는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덕분에 AIG는 9000억 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AIG는 2006년 서울시와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고 IFC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AIG는 자기자금 3790억 원, 차입금 1조 2750억 원 등 총 1조 654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거래가 마무리 되면 AIG는 자기자금 기준 240%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투자기간(10년)을 고려한 연간 수익률은 24% 수준이다.

종류와 관계없이 부동산 개발사업은 준공돼있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것보다 투자자의 위험부담이 크다. 때문에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반면, 성공했을 경우 연간 20% 이상의 수익률이 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다. AIG 입장에서만 보자면 IFC 개발사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문제는 IFC의 특수성이다. 서울시는 향후 부동산을 기부채납 받는 조건으로 AIG에 1만 평이 넘는 부지를 99년 동안 임대하기로 했다. 공사 기간과 준공 초기에는 임대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줬다. 그 결과 지금까지 AIG가 낸 토지 임대료는 2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AIG는 IFC 개발사업에서 토지 부담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가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준 주요 명분 중 하나는 IFC를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IFC 개발 사업에 외국계 운용사를 선택한 데에는 외국계 금융 관련 기업을 오피스빌딩의 임차인으로 유치하고자 했던 배경도 있었다. 그러나 임차인 확보 결과는 서울시의 예상과 사뭇 달랐다. 최근 임차인 현황을 보면 LG하우시스, LG전자 등 금융과 큰 관련이 없는 국내 대기업들 버젓히 입주해 있다. 이마저도 타워3은 70%라는 무지막지한 공실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금 과연 누가 IFC를 동북아 금융허브와 연관짓는 이가 있을까.

서울시와의 계약에 따라 AIG가 IFC를 매각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10년이라는 세월동안 AIG는 애초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지만 서울시는 그러지 못했다. 이명박 시장 시절의 서울시가 AIG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전한 이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계 기업이 큰 돈은 벌어가면 '먹튀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기업의 수익성에 대해 다소 과도하게 예민하다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엔 기자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99년 후에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을 빼고 서울시가 IFC 부지를 그리 염가에 빌려주고 얻은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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