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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사건' 휘말린 벤처캐피탈 업계 [thebell note]

정강훈 기자공개 2016-11-24 08:01:00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2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사태의 여파가 벤처투자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사법당국은 이희진씨 관련 비상장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창업투자사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심사역 아무개가 구속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수시로 퍼지고 있다. 벤처캐피탈들은 억울하게 루머에 휘말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심사역의 개인 투자다. 사법당국은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비상장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한 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이희진씨 등 장외주식 브로커와 짜고 부당이익을 취한 것은 아닌지 살피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한 벤처캐피탈은 "심사역 개인적인 차원의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탈들은 심사역들이 스타트업 등 비상장사에 개인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펀드 운용과 관련해서 이해 상충의 문제만 없다면 문제 삼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가 부결되거나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할 만한 적당한 펀드가 없는 경우엔 심사역이 개인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최소한의 불문율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다. 한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자인 A사와 투자 계약을 협의하던 중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개인 투자자 한 명을 소개해줄테니 우리가 투자하는 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조금만 팔아달라"는 요구였다. 그 개인 투자자가 A사와 어떤 관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거래다. 스타트업 대표가 제안을 거부하면서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금에 목마른 스타트업이라면 그 제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날 벤처캐피탈 임원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업계 소문이 불쑥 튀어나왔다. 임원은 "최근 일선 심사역들 중 투자를 미끼로 스타트업으로부터 지분 편취 등 사익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며 "아직은 업계 내에서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언젠가 큰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며 우려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얼마 뒤 이희진 사태가 터졌다. 내부거래 이용과 지분 편취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심사역이 비상장사 투자를 통해 부당한 사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점에선 유사하다.

'이해 상충 문제만 없다면 심사역의 비상자사 투자를 용인한다'는 업계 불문율은 큰 틀에선 합리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불문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심사역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다가는 또 다른 사건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심사역 개인의 투자로 인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가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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