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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금융 로봇'…박현주 회장이 주목한 회사 [thebell interview] ①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

이충희 기자공개 2016-12-06 09:45:00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1일 16: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는 사실 '로봇'이 계좌를 직접 운용해준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 온라인에서 몇가지 설문조사를 거쳐 투자자 성향을 파악한 뒤 그에 알맞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해주는 정도가 미국 등 해외에서 말하는 로보어드바이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연초 인공지능 알파고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로봇이 모든 계좌 운용을 대신해준다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투자자 성향파악은 물론 투자 포트폴리오 선정부터 리밸런싱, 자동매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운용 과정을 컴퓨터에 맡기는 것이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정의가 도출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해외와는 달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은 현재 이런쪽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모든 운용과정을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국내에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물음표를 던진다.

그런데 최근 다수 금융회사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진짜 '로봇'이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는 핀테크 회사가 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함께 만들고 있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다.

박현주 회장의 눈에 제대로 띈 이 회사는 지난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려대학교와 함께 '미래에셋 인공지능 금융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본사를 찾아 김형식 대표와 만났다.

◇퀀트 같은 일정한 룰 없어…상황 따라 판단 달라지는 금융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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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가 갖고 있는 금융 인공지능 철학은 명확했다. 사람이 만들어 둔 방식에 따라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엔진이 스스로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리 '룰'을 세팅해 두고 다음 상황이 벌어지면 그 방침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퀀트 방식이다. 과거에 벌어졌던 다양한 상황들을 종합해 룰을 만들어 둔 것인데 예전에 이게 맞았으니 이대로 주식을 사야 한다고 주문을 하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우리는 그 룰을 두지 않는다. 이런 저런 데이터들이 있고 내가 그 데이터들을 입력해줄테니 컴퓨터 네가 알아서 결과를 내보라는 식이다. 그게 자가학습 인공지능이다. 여러 입력값들이 쌓여 빅데이터가 되면 거기에서 현상황에 가장 적합한 결과를 도출해 종목을 고르고 매매를 실행한다. 이는 구글 번역기의 인공지능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번역기는 문장에서 주어, 동사, 명사를 구분짓지 않는다. 똑같은 내용의 한글 문장과 영어 문장을 통째로 입력한다. 같은 내용의 양쪽 언어 문장들이 수도 없이 쌓여 빅데이터를 이루면 컴퓨터가 비교해가며 자가학습을 하는 원리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해 번역본이 있는 소설, 학문서 등 책들이 빅데이터 입력값에 이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번역기에서 한글 인풋을 넣으면 영문 아웃풋이 나오듯이 금융도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포트폴리오가 좋다 하는 방식으로 인풋과 아웃풋 쌍을 맞춰간다. 이런 방식은 수많은 데이터들이 기본이 되어야 상황에 맞는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그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 활용할수도 없고 한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에 아주 좋은 퀀트 방식이 나와 큰 수익을 내면 다른 곳에서 따라해버린다. 모두가 그 전략을 쫓아오면 좋은 퀀트도 별 소용이 없다. 퀀트는 한번 룰을 설정해두면 못바꾼다. 제대로된 로봇이라면 A 상황에서는 PER을 많이 보고 B 상황이 오면 PBR을 많이 봐야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둔 일정한 룰이 없는 인공지능은 그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년째 실계좌 운용중…"로봇 동작 확신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몇번씩 김 대표의 휴대전화에는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알림음이 울렸다.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주식을 자동 매매하고 체결내용까지 전하는 문자 메시지 소리였다. 김 대표는 "종목 선정과 매수·매도 주문을 컴퓨터가 다 알아서 낸다.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것도 컴퓨터가 하기 때문에 내가 신경 쓸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리 로봇이 운용을 모두 알아서 한다고 해도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익률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정확한 숫자는 잘 모르겠지만 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실제 계좌 트랙레코드를 보겠냐"고 되물었다.

김 대표가 모니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확인해준 계좌는 2014년 1월부터 운용을 시작해 올해 11월 말까지 누적 3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증시 환경이 썩 좋지 않았던 올해에도 누적 수익률은 40%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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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이 운용하는 실계좌 수익률.

그는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계좌와 해외 선물에 투자하는 계좌 양쪽이 동시에 운용된다. 컴퓨터가 판단하는 결과대로 서로의 계좌에 돈이 넘어가고 넘어오며 매매 계약이 자동 체결된다. 국내 주식계좌 수익률보다 변동폭은 크지만 최근에는 해외 선물 계좌 수익률이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트랙레코드가 10년 정도 쌓이면 더 확실하게 증명되겠지만 3년치 정도가 쌓인 그래프를 봤을 때 우리는 이 로봇이 동작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주식계좌에만 종목이 130여개가 담겨 있다. 한두개 종목을 우연히 잘 골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만 3년 째 운용되고 있는 계좌의 수익률을 눈으로 보면서도 '과연 이 말들을 다 믿어야 할까'라는 약간의 의심이 있었지만, 정말 맞다면 마치 조개속에 숨어있던 진주를 찾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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