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 전성시대…과세 구조가 '빗장' 벤처캐피탈 '투자 러시'…세제 개편 필요 '한 목소리'
양정우 기자공개 2017-01-17 06:31: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3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에서 수제 맥주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맥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는 크래프트(Craft) 맥주가 국내에서도 '대세'로 부상할 전망이지만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류 산업의 과세 구조가 대표적인 빗장으로 지적된다.국내에서 맥주에 대한 세금은 종가세 방식으로 부과된다. 맥주뿐 아니라 모든 주류에 대해 제조장에서 출고되는 가격(출고가)을 과세 표준으로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산 맥주는 출고가의 113%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주세(과세표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과세표준+주세+교육세의 10%) 등이 세부 내역이다.
문제는 종가세 체계 아래에서는 제조원가 높을수록 세금이 많이지게 된다는 점이다. 맥주 사업은 사실 상 제조업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된다. 규모가 클수록 제조원가가 낮아지는 장치 산업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셈이다.
수제 맥주 기업(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맥주 사업자 등)의 제조원가는 대기업에 비해 많게는 수십 배에 달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업체도 생산 능력이 하이트진로나 오비맥주 등 대기업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중·소규모 창업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대기업보다 무거운 셈이다.
더구나 수제 맥주는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 원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수천, 수만 가지의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수백 가지의 섬세한 맛을 즐기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당연히 제조원가 자체가 높을 수밖에 없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및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경감받고 있지만 아직 과세 구조가 형평성에 어긋나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며 "대기업보다 세금 부담이 많은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도 이런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맥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소형 맥주회사의 시장 진입을 위해 과세 체계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당장 수제 맥주의 최대 라이벌은 수입 맥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국내 과세 체계의 경우 수입 맥주의 과금 구조를 감안하면 국내산 수제 맥주가 역차별을 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주세가 과세표준의 72%인 것은 수제 맥주와 수입 맥주가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입 맥주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판매관리비와 이윤을 과세표준에서 제외한다. 반면 수제 맥주를 포함한 국산 맥주는 판관비와 이윤까지 모두 과세표준에 산입하고 있다. 국내 맥주 기업이 주세에 대한 부담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이런 세제 구조가 개선되는 속도에 맞춰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질이 높고 풍부한 맛을 갖춘 수제 맥주를 마시려는 수요는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국내 벤처캐피탈도 수제 맥주 전문 업체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한미 오너가 분쟁]새 경영진 임종윤·종훈 형제의 일성 "네버 어게인"
- JB금융, 얼라인에 판정승…이사회 2석만 내주며 선방
- [Company Watch]'TGV 첫 양산' 필옵틱스, 글라스 패키지 시장 선점
- 폴라리스오피스, 한국 AI PC 얼라이언스 참여
- 이에이트, 생성형 AI 접목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공개
- 일반석서 주총 관람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 ‘책임경영’ 의지 피력
- AI매틱스-한국교통안전공단, AI 기반 버스 사고 예방 MOU
- [한미 오너가 분쟁]'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 OCI-한미 통합 결렬
- 휴온스 이사회 입성한 오너3세, 경영 참여는 'NO'
- 필옵틱스, 업계 첫 TGV 양산 장비 공급
양정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IPO 모니터]'조단위 밸류' MNC솔루션, 상장 나섰다
- [IPO 모니터]약국 플랫폼 바로팜, 'FI'가 주관사 선정 열쇠되나
- 카드사, 연초부터 코코본드 릴레이 '자본확충 사력'
- [IB 풍향계]'돌아온' 바이오 열풍…IPO 시장엔 찬바람 여전
- [Rating Watch]㈜두산 신용등급 회복 박차…마지막 단추 '차입금'
- [IPO 모니터]상장 앞둔 산일전기 '은둔의 고수' 장덕수 회장 꽂혔다
- [HD현대마린솔루션 IPO]밸류업 훈풍 '촉각'…'고배당 기조' 고수 관건
- [서울보증보험 IPO]발빠른 상장 '재시동'…밸류업 프로그램 '덕봤네'
- [Policy Radar]IPO 제도개선 '당근-채찍' 병행…'풋백옵션' 어디까지
- [thebell desk]MSCI 편입 최후 걸림돌 '정책 변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