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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기업 오너십의 한계

배장호 기자공개 2017-04-19 08:09:07

이 기사는 2017년 04월 1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랜 유럽과 북미의 많은 우량기업들이 실은 한 가족이나 다름없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기업 오너십을 지배주주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려는 한국적 시각이라면 사실에 가깝다.

경영 대물림이 창업자로부터 서너차례 이어진 100년 넘은 기업들의 주주명부엔 창업자 일가의 이름은 이미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흩뿌려져 있다. 대신 그 자리엔 수십억, 수백억 달러 현금으로 만들어진 뮤추얼펀드, 헤지펀드(Hedge Fund), 사모펀드(Private Equity)들이 지배주주로 맨 윗자리에 등재돼 있다.

그도 그럴것이 세율이 30~50%에 달하는 보편적 상속세 제도 하에서 3,4대에 이르는 가업 상속인이 여전히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창업자의 후세가 여전히 지배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과연 상속세를 성실히 납부했는지 의심해야 할 지 모른다.

이들 펀드의 출자자 구성은 굳이 뒤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공모형이라면 개인 위주일 것이고, 사모형이라면 연금(Pension)이나 재단(foundation),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와 같은 기금들일 것이다. 특히 기업 경영권에 대한 사모투자가 보편적이란 점에서 보자면 이들 거대 기금들이 오너십을 가진 기업이 한 둘이 아닐게다. 우리식 오너십 개념으로 보자면 그렇단 얘기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산업 트렌드 변화가 급격한 시대엔 창업기업조차 창업자가 오너십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신의 기업을 더 빨리, 더 크게 성장시키기 위해선 오너십에 집착해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업을 공개하고 전문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은 단지 성장 재원을 조달하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창업자의 비전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이 연합함으로써 기업을 체계화시키고, 지식자원, 인적자원 등을 더 풍부하게 구비하도록 만든다.

애플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미국의 1세대 창업기업들 중, 창업자가 여전히 지배주주로 남아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스티브잡스가 애플을 창업했지만, 그가 애플의 1대주주였던 적은 창업 초기 뿐이었다.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버그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오너십에 집착하는 우리 식의 기업지배구조 문화가 우리나라 기업들을 글로벌급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기업이 된 우리 기업이 계속 글로벌 기업으로 살아남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의 위대한 비전,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헌신, 정부의 산업화 정책, 국민들의 애호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굳이 이씨 집안의 삼성전자, 정씨 가문의 현대차가 아니어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여전히 국민들의 자긍심이 될 것이고, 그 창업자들은 대대로 존경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 잡스는 떠났지만 애플은 여전히 글로벌 넘버원 기업이고, 잡스의 명예는 영원히 애플과 함께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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